모스크바의 진짜 여행 - 지하철 타고 돌아다니기 (1)
모스크바의 진짜 여행 - 지하철 타고 돌아다니기 (1)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6 0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여행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앙코르와트 등 동남아 주요 관광지를 가보면 확실하게 느낀다. 그 곳 사람들은 용하게도 한국과 일본, 중국 관광객을 한눈에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간단했다. 바로 서로 다른 여행문화 때문이었다.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서너명이 조용조용하게 다니면 한국, 깃발을 든 단체는 일본, 중국은 멀리서부터 시끄럽기 때문에 바로 알아본다고 했다.

무대를 유럽쪽으로 옮기면 달라진다.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 관광에서 보듯 한국관광객은 서유럽이든, 북유럽이든, 동유럽이든 단체로 정신없이 몰려다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북에 번쩍 하는 패키지도 많다.

이유는 분명하다. 경비와 시간 탓이다. 적은 비용으로, 기왕 나간 김에 유명한 곳 하나라도 더 들러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을 탓할 수는 없다. 아니,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거나 허비하면 모객한 여행사를 욕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런 식이면 진정한 의미의 여행 혹은 관광이라고 하기는 좀 쑥쓰럽다.

바야흐로 백야가 시작되는 요즘, 러시아 북유럽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에 모스크바시 관광청이 참가해 모스크바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알고 보면, 모스크바 여행도 바닥 훝기가 더 재미있다. 예컨데, 모스크바 지하철 타고 하루 돌아보기 같은 것이다.

서울에 온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지하철을 타고 주요 지역을 돌아보는데, 왜 모스크바는 안될까? 안되는 게 아니다. 겁(?)이 나고 시간이 없어 안할 뿐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구식이라는 것빼고는 세계 최고에 속한다. 미국 지하철과 달리, 어쩐지 찜찜한 검은 얼굴도 거의 없고, 안전도 확실하다.(몇차례 지하철 테러는 있었다)

노선도 서울보다 더 촘촘하게 연결된다. 가격도 싸다. 사흘간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는 전철 티켓이 불과 438루블(8천원)에 불과하다. 1회 요금은 55루블(1천원). 지하철을 타면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지금(5~9월)이 가장 좋은 시즌이다.

지하철을 타고 모스크바를 즐기고 싶다면,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우선 지하철 앱을 깐다. 러시아 정보는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 다 있기에 '얀덱스 메트로'(Yandex.Metro) 앱을 까는 게 좋다.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는 물론이고, 이동에 따르는 최적 경로와 소요시간도 알려준다. 당연히 영어로도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역은 어디를 가든 쉽게 찾을 수 있다. M자 로고가 분명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가고 몰려나오는 곳은 대개 지하철 역이다. 서울지하철과 달리 환승도 대체로 쉬운 편이다. 서울 지하철은 모스크바 지하철에 비하면, 환승 체계가 주먹구구식이다. 하나의 노선을 깔아놓고 나중에 신설하는 다른 노선을 그 노선과 연결시키려니, 복잡하고 동선이 길 수밖에 없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처음부터 환승노선까지 포함한 큰 그림(특히 시 중심가)을 그려놓고 건설한 탓에 주먹구구라는 느낌이 별로 안든다. 무려 14호선까지 거미줄처럼 깔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증설할 계획이지만, 많은 노선에 비해 환승은 비교적 쉽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노선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어 환승할 때 역사에 표기된 색깔과 노선번호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환승역이라도 노선에 따라 역명이 다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서울 지하철의 시청역이라고 하면, 1호선 역은 시청역, 2호선 역은 덕수궁역 이라는 부른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서울엔 언젠가부터 '오른쪽 걷기'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 '걷기 방향 화살표' 같은 게 등장했지만, 모스크바 지하철은 오른쪽 문 2~3개는 '들어가는 문', 왼쪽 문 2~3개는 '나오는 문'으로 정착되어 있다. 이용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환승시 걸어가는 보도에도 중간에 표식을 설치해 가는 길과 오는 길을 구별한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거의 지킨다고 보면 된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서 유인 판매소나 자동 발매기를 통해 승차권을 산다. 빨간색 직사각형 종이로 되어있는 승차권은 버스와 트램도 환승이 가능하다.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서울처럼 타고 내릴 때 모두 터치할 필요는 없다. 개찰구는 스마트 터치형으로 표를 갖다 대면 문이 열린다.

역사 안에는 공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X-레이 수하물 검색기와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으나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들은 큰 짐을 갖고 있거나 행동 혹은 얼굴(특히 북카프카스 출신)이 의심스러운 승객들을 선별적으로 검사한다.

열차에 오르기 위해서는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대개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하철 역은 방공호용으로 쓰기 위해 지하를 깊게 팠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다 보니, 원통형 조명등이 약 3m 간격으로 불을 밝히고 있지만, 어두운 겨울에는 좀 음침해 보인다. 여름에는 그렇지 않으니 다행이다.

모스크바 역사 중에서 가장 깊다는 파르크포베디는 평균 깊이가 지하 84m, 최대 깊이는 97m다. 에스컬레이터 길이는 126m이고, 740개의 계단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면까지 약 3분이 걸린다. 서울 지하철에서 가장 긴 9호선 당산역의 에스컬레이터가 48m다.

길이가 긴 탓인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는 엄청 빠르다. 우리나라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보다 2배는 빠른 느낌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먼저 걸어 올라가고 내려가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모스크바 시민들도 왼쪽은 비워놓는다.

지하 깊숙이 있는 열차 플랫폼은 오래된 탓이기도 하지만, 고급스런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어 품위있고 고풍스럽다. 천장도 높고 곳곳에 부조형 조각 작품도 많아 지하철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박물관 분위기다. 열차용 철로만 없다면 말이다.

사진출처:트위터 등 오픈 소스

플랫폼에는 소위 '제주르나야'가 상주하며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열차를 잘못 탈 경우에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양쪽에 철로를 두고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형태로 건설돼 거꾸로 탔다고 느끼는 순간, 내려서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서울은 열차가 가운데로 다니고, 사람이 양쪽으로 갈라져 움직이기 때문에, 맞은 편 열차를 타기 위해 헤매야 하는 역사가 의외로 많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배차 간격이 아주 짧다. 1∼2분만에 바로바로 열차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출퇴근 시간엔 1분도 안걸린다고 한다. 승차장 양 끝에는 현재 시각과 열차가 출발한 지 얼마가 지났는 지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편리한 정보전달 장치다.

플랫폼에는 그러나 스크린도어 같은 게 없다. 소음과 먼지, 안전사고를 대비한 스크린도어의 필요성을 모스크바는 아직 못느끼는지 모르겠다. 열차 움직이는 소리도 생각보다 크다. 문 닫히는 속도도 빠른 편이니 자칫 몸이 끼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위급한 경우엔 그곳 사람들은 힘으로 문이 닫히는 걸 막아주기도 하니, 이 또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친절한 사람들이 모바에도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