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진짜 여행-전통과 역사가 살아있고 호화로운 지하철(2)
모스크바의 진짜 여행-전통과 역사가 살아있고 호화로운 지하철(2)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7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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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여행은 '바닥 훑기'가 의외로 재미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타고 '하루 돌아보기' 같은 것이다. 서울에 온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지하철을 타고 주요 지역을 돌아보는데, 왜 모스크바는 안될까? 해보면 의외로 쉽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구식이라는 것빼고는 세계 최고에 속한다. 미국 지하철과 달리, 어쩐지 찜찜한 검은 얼굴도 거의 없고, 안전도 확실하다.(몇차례 지하철 테러는 있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여행 계속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남자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없다면 한번 들어보시라. 여자 목소리만 듣고 핸들을 움직이다가, 남자 목소리에 방향을 바꾸는 기분은 색다르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는 안내 방송을 남자와 여자 목소리로 모두 들을 수 있다. 도심으로 진입하는 열차는 남자가, 외곽으로 나가는 열차는 여자가 각각 안내방송을 한다. 출퇴근하는 모스크바 시민들은 남자 목소리를 듣고 출근하고, 여자 목소리를 들으면서 퇴근하는 셈이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과 같이 모스크바 시내를 원형으로 순환하는 5호선의 경우, 시계 방향으로 도는 열차는 남자가,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열차는 여자가 각각 안내한다.

모스크바 지하철 체계는 11개의 노선이 도심에서 동서남북 각 방향으로 시 외곽을 향해 뻗어나가고, 5호선과 14호선이 모스크바를 원형으로 돌며(서울 2호선) 11개 노선을 이어주는 형태다. 그래서 1번 노선의 지하철 역에서 승차해 8호선 역에서 하차하려면, 1호선과 5호선(14호선)이 만나는 역에서 환승한 뒤, 다시 5호선(14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역에서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가도록 되어 있다. 5호선은 도심근처에서, 14호선은 시 외곽에서 모스크바를 한바퀴 도는 구조다. 

모스크바 신형 지하철 열차

2018년 현재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은 224개이며, 노선 길이는 381km로 세계에서 5번째로 길다. 하루 평균 7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며, 2014년 12월 26일 하루 최대 탑승객 수가 971만 명이었다고 한다. 아침 5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행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지금 전환기에 서 있다. 과거와 현재의 혼합형이다. 오래된 열차는 아예 객차 간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이지만, 최근 도입한 열차는 객차 간 문이 없어 객실 전체가 탁 트여 있고 휴대전화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어댑터가 설치된 것도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1935년 5월 11km 길이에 13개 역을 가진 첫 번째 라인이 개통됐고 2단계는 1941년 완공됐다. 2차대전 중 건설된 3단계 노선부터 지하철역은 독일군의 폭격을 피할 수 있도록, 또 냉전시기에는 핵 공격을 받아도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나아가 지하철 역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미국과의 체제 경쟁을 의식한 스탈린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완공된 역사도 그 전통을 따라가고 있는데,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 여행시 자주 내리는 역이면서 찬찬히 한번 둘러볼만한 역으로는 마야코프스카야, 콤스몰스카야, 플로샤드 레볼류치, 도스토예프스카야 등이다.

모스크바 콤소몰스카야 지하철 역/사진출처: 2gis.ru

러시아 혁명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마야코프스카야 지하철 역'은 193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지하철 품평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원형의 백열등으로 둘러싸인 34개의 천장 모자이크화가 유명하다. 제2차 대전 중 공습 대피소로 활용됐다.

모스크바의 가장 번잡한 콤소몰스카야 광장 아래에 있는 '콤소몰스카야 역'은 노란색 천장에 장식된 대리석 조각과 색유리를 쪼개 붙인 모자이크화가 유명하다. 호화로운 샹들리에도 볼만하다.

크렘린과 붉은광장으로 가는 길목의 '플로샤지 레볼류치(혁명광장) 역'은 붉은 대리석 아치 양쪽에 76개의 청동조각상이 자리 잡고 있어 미술관을 방불케한다. 각 아치에는 노동자, 군인, 농부, 학생, 운동선수, 작가 등을 조각상이 한 쌍씩 있다. 군인과 함께 있는 개의 주둥이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해서 오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쓰다듬고 가 이제는 명물이 됐다.

모스크바 플로샤지 레볼류치 지하철 역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얼굴이 벽면에 새겨진 '도스토예프스카야 역'은 문학의 집 같다. 플랫폼 곳곳에 그가 쓴 소설의 장면이 벽화로 새겨져 있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위안과 자부심을 주는 곳이다.

지하철역 여행을 즐기려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승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이용객이 워낙 많기 때문에 러시아워는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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