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크 우크라 대통령의 프랑스-독 순방이 남긴 것, 얻은 것
젤렌스크 우크라 대통령의 프랑스-독 순방이 남긴 것, 얻은 것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9 0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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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양국에 "대러 제재 지속 강조, 크림반도 반환 강조"
독일 "민스크 합의 이행 필요, 대러제재 완화 가능성 언급"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 18일 프랑스와 독일을 잇따라 방문,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와 돈바스(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되찾기 위한 국제적 지지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이 걸어온 적대적 반러시아 성향을 선명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를 맞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는 정치 노선이 아직 명확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새 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달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운송을 위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같은 개별 현안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이견을 드러내 '국제적 반러 공조'와 '국익 추구'는 별개라는 '외교의 숨겨진 원칙'을 분명히 알려주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순방 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크림과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영토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유럽의 한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말로 유럽연합(EU)가 우크라이나측에 요구하는 친서방 정책과 경제사회적 개혁 정책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이번 프랑스-독일 순방은 취임후 가진 첫 상견례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는 인상을 남겼으나,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외교 무대에서 '완전 지지'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추 비슷한 정치신인인 마크롱 대통령보다는 노련한 메르켈 총리로부터 더 명확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 분쟁 사태 해결을 위해 기존의 '민스크 합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민스크 합의'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4자 정상회담 개최도 제안했다. 러시아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속적인 대러 제재 요청에 대러 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민스크 합의' 이행을 제시했다고도 전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자회견/ 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해 크림반도에서 나포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승조원 24명의 즉각 석방을 요구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메르켈 총리의 '민스크 합의' 강조는 '실망스런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승조원들이 하루빨리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함정 승조원을 즉시 석방하라고 판결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메르켈 총리는 또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의 건설 중단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르드 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 대한 양국 입장이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 유지와 우크라이나 저장고 내 보관 등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문제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유럽으로의)가스 공급 유지는 서로 긴밀히 연계된 것이며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와 독일은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 본토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이용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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