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의 빈곤문제 공론화, 해결은 간단치 않다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의 빈곤문제 공론화, 해결은 간단치 않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9 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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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빈곤문제가 조만간 사회적 폭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0여년간(2000년~2011년) 러시아 재무장관을 지낸 뒤 비판적 경제전문가로 '쓴소리'를 내다가 지난해 5월 회계감사원 Счётная палат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원장으로 임명된 알렉세이 쿠드린이 17일 푸틴 대통령에게 민감한 빈곤 문제를 건드리고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TV '제1채널' 프로그램에 나온 쿠드린 원장은 러시아 국민의 생활 수준 하락을 우려하면서 "이대로 가면 조만간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빈곤 문제는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이 4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할 정도로 예민한 분야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떤 국가든, 어떤 정부든 가장 중요한 현안인데, 당면한 경제난으로 호전될 기미가 안보이니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한 상태다.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미국 등 서방진영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보복조치로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 초중반 고도 성장기에 현저히 줄어들었던 러시아의 빈곤 인구는 최근 4~5년 동안의 경제난으로 다시 늘어나고 말았다.

푸틴 대통령은 빈곤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관계 부처에 거듭 지시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는 상황이다. 쿠드린 원장의 '쓴소리'가 푸틴 정부에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쿠드린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민의 생활 수준이 지속적으로 내려갔다"며 "현재 약 1천250만명이 빈곤선 이하에 처해 있으며 그 가운데 70%가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고 어린이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1천250만명이라면 러시아 전체 인구 1억4천600만명의 8.5%에 해당한다.

빈곤층의 확대는 (어린이의) 발달 장애와 영양 부족, 삶의 질 저하, 건강 악화 등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인적 자원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쿠드린 원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정부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는 등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재정에 크게 부담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트로프 크렘린 대변인은 빈곤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과장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페트로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최저 생계 이하 소득자들에 대한 보호를 (국정운영) 제1순위에 두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제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앞으로도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 정책 결정권자의 고민이 있다. 쿠드린 원장의 주장처럼 언제까지 재정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2~1.7%에서 1.0~1.5%로 하향 조정했다. 빈곤문제 해결 방안이 결코 단순하지 않게 보이는 근본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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