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대규모 반러 시위, 여름 휴가철 여행 안전에 초비상
그루지야 대규모 반러 시위, 여름 휴가철 여행 안전에 초비상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23 0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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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하원의 의장석 연설이 반러 감정 자극, 야권의 대규모 시위로 발화
그루지야 당국 "여행자 안전에 만전" 강조, 러 항공편과 모객 중단키로

'카프카스의 소국' 그루지야(조지아)에 또 다시 반러시아 대규모 시위가 발생, 휴가 시즌에 그루지야를 찾으려던 여행객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헝가리의 다뉴브강 관광 유람선 침몰사건을 겪은 우리에게는 '안전한 그루지야 여행'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루지야 당국은 외국 여행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선제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언론은 회의적이다. 이미 러시아 당국은 현지의 반러시아 분위기를 고려해 그루지야로 향하는 항공편을 차단하고, 자국민 송환 조치에 나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국가 안보와 자국민 보호 등을 이유로 내달 8일부터 항공편 운항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켰다. 나아가 그루지야 관광상품의 판매를 삼가도록 권고했다.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내달 8일부터 그루지야 운항을 중단한다. 현재 그루지야에는 적어도 1천500명 이상의 러시아 관광객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주말인 22일 수천 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시내를 돌며 시위를 강경 진압한 내무장관 사퇴, 체포자 석방,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주장했다. 앞서 20일에는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이튿날 아침까지 경찰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발사해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대의 당초 요구에 따라 이라클리 카자히제 그루지야 의회 의장이 사퇴 발표로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시위대는 의회 앞에서 내무부 장관의 추가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친 러시아 성향의 집권당 '조지아의 꿈' 소속인 마무카 바흐타제 총리는 야권 지도자들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폭력사태가 일어나도록 부추겼다면서 "이는 법률과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위에 동참한 시위대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현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주장했다.

지난 2008년 전쟁까지 치렀던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총선에서 친러 정부가 들어서는 등 최근 수년간 관계 개선 움직임이 뚜렷했지만, 여전히 밑바닥에는 반러 정서가 강하다.

이번 시위도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지난 20일 그루지야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한 것이 반러 감정을 자극했다. 국가간 정교회 의원 모임인 '정교회 국가 의회 회의'(IAO) 의장을 맡고 있는 가브릴로프는 이날 트빌리시 의사당에서 제26차 IAO 총회를 진행하다 야권의 반발을 불렀다. 그루지야 출신인 가브릴로프 의원은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당시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의원내각제의 그루지야 의회 의장석에 올라간 모습은 러시아의 그루지야 지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고, 야권에게 강경 시위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해외 순방 중이던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사태 악화에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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