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언론 "심해서 극비 스파이활동 중 사고" 가능성 제기
러시아 해군 소속 핵 잠수정에서 지난 1일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승조원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해역에서 심해 측정 연구를 수행하던 연구용 잠수정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의 장교급 승조원, 2명의 국가 영웅 칭호 수여자 등 14명이 유해가스 흡입 등으로 사망했으며, 사고 잠수정은 러시아 북부함대 기지인 세베로모르스크항으로 옮겨 화재 원인 등을 조사중이라고 2일 밝혔다.
국방부는 사고 잠수정의 기종과 사고 당시 상황 등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르웨이 원자력안전기구 측은 "가스 폭발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하며 현장 인근 해역에서 방사능 유출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고 잠수정은 당시 해군측에 제공할 수심 측정및 해저 상황 정보를 수집중이었다고 국방부는 전했으나, 서방 언론은 극비 스파이작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외신은 사고 잠수정을 첩보용으로 활용되는 핵추진 AS-12 로샤리크로 지목하며 도청 및 수중통신 케이블 절단 등 스파이 작전 작업이 가능한 잠수정이라고 전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러시아 측의 신속한 대응이다. 지난 2000년 핵잠수함 쿠르스크 침몰 사고 당시, 러시아는 노르웨이 등 인근 국가의 구조 지원 요청마저 거부하며 사고 자체를 은폐하려다가 승조원 118명을 잃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잠수함 사고의 심각함을 잘 알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국방장관을 불러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3일 "화재 원인은 배터리 부분에 있었다"면서 "화재 진화작업으로 잠수정 추진 원자로의 피해를 막고 민간 연구원 탈출에 앞장서다 사망한 승조원들에 대해 거듭 '영웅'적 행동"이라고 치하했다.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민간인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승조원들이 왜 개인 보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또 승조원들이 불이 번지는 걸 막고, 원자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면, 왜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