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해주 농장의 콩, 롯데마트 PB '두부' 제조용으로 첫 국내 반입
롯데, 연해주 농장의 콩, 롯데마트 PB '두부' 제조용으로 첫 국내 반입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7.15 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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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연해주 진출 국내 농업 기업은 지금, 현지 당국의 차별에도 경작지 계속 확대 중

러시아 연해주는 동북아의 식량 창고다. 연해주에서 수확된 밀과 콩(대두), 옥수수, 귀리 등 농작물은 중국과 일본, 북한 등으로 팔려나간다. 홍수나 가믐 등으로 북한이 식량난에 빠지면 연해주가 구원의 손으로 나서기도 한다.

현지 경제전문 매체 프라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북한으로 수출된 연해주산 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배나 증가한 8천400t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에 북한으로 반입된 밀가루의 양도 3천300t에 달한다. 물량 증가는 북한의 가뭄과 그에 따른 식량난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도 연해주 전체 수출량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연해주의 총 수출량은 전년 대비 7만3천t이 늘어 41만8천t. 이중 일본이 밀 33만4천t을 수입해 갔고, 밀가루는 중국에 23만8천t이나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연해주산 곡물 수입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중공업(현 롯데상사) 등 국내 기업들이 10년전부터 연해주에 진출해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믿고 싶으나, 사실은 착각에 가깝다. 경작 면적이나 수확량 등 현지 기준으로 보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연해주 롯데 농장 모습/페북 캡처

1년 6개월쯤 전에 연해주 농장을 인수한 롯데 현지 법인은 올해 경작 면적을 1만㏊(헥타르)로 늘렸다. 연해주 진출 10년만의 성과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9년 연해주에 설립한 현대아그로 농장의 경작지가 초기에 3천500㏊에 불과했으니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만㏊라면 경기도 안양시 면적의 2배 정도이지만, 연해주 기준으로는 '새발의 피'다. 러시아에서 왠만한 영농기업이라면 롯데의 10배 정도인 10만㏊ 정도를 갖고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현지 당국으로부터 부당한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지난 4월 롯데 소유의 우수리스크 북쪽 미하일로프카 농장이 농경지를 방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로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농장의 콩 재배 면적이 전체 103.9㏊중 약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땅은 방치했다는 것. 100여㏊라면 롯데의 전체 경작지 1만㏊의 1%에 불과한데, 과태료를 부과했다니 부당한 차별이거나 구 소련에서나 볼 수 있는 관료주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기업이 연해주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곡물 생산에서 생산성과 가격, 물류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4%가 채 안되니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식량 창고' 기대감도 높다.

사실 우리나라는 '남아 돈다'는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이 10%에도 못 미친다. 밀·옥수수의 자급률은 1∼2%에 불과하다. 지독한 불균형이다. 2017년 기준으로 밀 500만t, 옥수수 1,000만t 등 곡물 1,600만t을 수입했다. 국내 기업의 연해주 농장에서 수확한 밀·옥수수를 안정적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다고 한다. 롯데 연해주 농장의 경우, 10년만에 처음으로 자체 수확한 콩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최근 컨테이너에 실었다. 롯데 측은 이 콩으로 만든 '연해주산 두부'를 롯데마트 PB상품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로 들여올 연해주산 콩의 컨테이너 선적 모습/ 페북 캡처

연해주에는 2017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현 롯데상사), 서울사료 등 10여 개 국내 기업들이 콩, 옥수수 등을 위주로 연간 약 6만t의 곡물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소량의 국내 반입 물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곡물은 러시아 내수 판매를 해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연해주서 수확한 곡물을 국내로 들여와 팔지 않을까? 분명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생산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물량만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롯데 측의 첫 국내 콩 반입도 '연해주 두부' 제조용으로 허가가 났고, 연해주에 대규모 농장을 가진 서울사료 역시 2013년 옥수수 3,000여t 반입을 시작으로 자체 축산사료 제조용으로 들여오고 있다. 생물자원 전문 이지바이오그룹의 자회사인 서울사료는 지난 2008년 연해주에 1만5,000여 h의 농지를 임대해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연해주산 작물의 수입이 제한적이다 보니, 5~6년전에는 연해주 동북아평화기금과 사회적 기업 '바리의 꿈'에 관한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됐다. '바리의 꿈'은 연해주에서 수확한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국내에서 판매해 왔는데, 농림부로부터 직접 사용하는 조건으로 유기농 콩의 국내 반입 허가를 받았으니, 콩 가공식품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제시된 아이디어가 두유, 두부, 자동 무동력 콩나물재배기, 콩국수 가루, 발효콩, 콩 요구르트 ... 등등이었다.

대통령직속 북방위원회는 회의를 가질 때마다 농업분야의 북방진출 방안 논의를 빠뜨리지 않는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사를 설치했다. 스마트팜와 첨단 농기계 등의 북방 진출도 필요하고, 우리 농수산물의 러시아권 수출도 화급하지만, 우리의 잠재 '식량 창고'인 연해주 농장의 활성화 방안도 적극 모색했으면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2007~2008년의 곡물가격 급등 사태를 거론하며 '식량 안보'를 강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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