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로? 시베리아 산불 진화를 매개로 미-러 협력관계 구축?
위기가 기회로? 시베리아 산불 진화를 매개로 미-러 협력관계 구축?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8.02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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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 '산불 진화 돕겠다' 제안
푸틴 "필요하면 요청', 군 항공기 병력 등을 현지로 파견, 총력전

시베리아 대형산불이 미-러시아 관계정상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1일 전화 접촉을 갖고 전지구적 환경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시베리아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측 제의로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베리아 산불 진화를 위해 러시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시베리아 산불의 연기가 알래스카 지역까지 날아오는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러시아의 대선 개입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취임 이후 러시아와 제대로 된 외교협력 한번 해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 인 셈이다.

더욱이 미소 냉전체제를 끝낸 것으로 평가되는 중거리핵전력(INF) 체제도 2일로 공식 막을 내린다. 핵경쟁 재점화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유엔무대에서 벌써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재선을 겨냥한 트럼프에게도 부담스런 대 러시아 관계다. 양국간 협력을 요구하는 국제현안도 적지 않다. 이란 핵문제,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베네수엘라 문제 등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두 나라간 통상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양국의 관계정상화에 앞서 풀어야 할 현안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무차별 경제제재 조치다. 통상문제 논의는 자연스럽게 경제제재 해제로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군 수송기 IL-76의 화재현장 첫 출격에 대한 군기관지 보도

러시아의 대미 관계 정상화 기대는 더 큰 것 같다. 크렘린측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산불 진화 지원 제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의를 표했다"며 "산불 진화를 위해 군병력을 동원하는 등 현재 진행중인 산불 진화 작업을 설명하면서 필요할 경우,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러시아 언론은 미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짧았지만 좋았다'고 한 발언도 소개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듯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방부를 방문해 군 병력의 동원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방부는 일류신(IL)-76 다목적 대형 수송기 10대와 다목적 헬기 밀(Mi)-8 등을 산불 최대 피해지역인 크라스노야르스크로 급파했다. 이들 군용기는 산불진화를 위한 특수 항공대로 편성돼 살수용 장치를 기체에 설치한 뒤 진화에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항공대 지휘는 드미트리 불가코프 국방차관가 맡는다. 

사진출처:러 비상사태부 

불가코프 차관은 IL-76 군용기들이 2대씩 조를 이루어 하루 최소 20회 이상 산불 현장으로 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은 또 산불 진화를 위해 요드화은을 구름 속에 살포해 인공 강우를 발생시키는 방안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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