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의 적폐청산? 전직 대통령 체포작전으로 군사 충돌까지 정국 불안정 불러
키르기스의 적폐청산? 전직 대통령 체포작전으로 군사 충돌까지 정국 불안정 불러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8.09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을 이양받은 제엔베코프 대통령, 전임 아탐바예프와 결별하고 홀로서기 시작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현지 방문, '키르기스 국내 문제'라며 현 권력에 힘 실어줘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이 전 현직 대통령세력간의 무력 충돌로 정국 불안정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키르기스 보안당국은 7일 전임 대통령인 알마즈텍 아탐바예프를 체포하기 위해 수도 비슈케크 인근의 자택을 급습했으나, 실패하고 물러났다. 보안당국은 2차 체포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으나, 1천여명에 이르는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택 주변에 몰려 있어 체포 작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17년 10월 대통령에 당선된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현 대통령은 1차 체포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휴가를 중단하고 수도 비슈케크로 돌아왔으며, 법 질서 유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보안당국은 수도 비슈케크는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긴급조치 발동에서 보듯 정국 불안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비슈케크로 급히 날아가 키르기스 정부당국자들과 이번 사태에 대해 협의했다. 그리고 "아탐바예프 전대통령 체포는 키르기스 국내 문제"라고 밝혀 러시아 정부는 개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키르기스 검찰총장이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을 '폭동자'들로 규정하고,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러시아 지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현지에서 열린 러시아CIS경제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총리급 회의를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에 앞서 키르기스 보안당국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이 수사당국에 출두를 세차례나 거부하자, 7일 강제 연행에 나섰다. 키르기스 의회는 지난 달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을 박탈한 바 있다.

2011~2017년 키르기스를 통치한 아탐바예프는 조직 범죄 두목의 불법 석방, 비슈케크 열병합발전소 보수사업 개입, 불법 택지 확보 등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아탐바예프는 그러나 이는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현 대통령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키르기스 보안당국의 1차 급습작전은 아탐바예프 측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쳐 출동한 특수부대장교 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넘는 부상자만 남긴 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대원 6명이 인질로 잡혀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철수했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1차 체포작전으로 모두 47명이 병원들로 옮겨졌다며 보안당국 소속 22명, 내무부 소속 2명, 민간인 23명이라고 밝혔다.

항복을 요구하는 키르기스 내무차관/동영상 캡처

앞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이 "특수부대원들이 아탐바예프를 체포해 모처로 연행해 갔다"고 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내무부 고위 관리가 아탐바예프 자택 앞에서 항복을 요구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러시아 언론은 권력을 이양한 측과 권력을 물려받는 측이 서로 싸우는 현 사태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 현직 대통령은 권력이양 후 정부 구성 문제에서부터 불화가 생겨났고,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 보안및 치안 부서 등에서 아탐바예프 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하면서 권력투쟁으로 번졌다고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