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투기 조종사 시대? 러시아 군항공학교서 여성 생도 31명의 꿈이 익어간다
여성 전투기 조종사 시대? 러시아 군항공학교서 여성 생도 31명의 꿈이 익어간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8.14 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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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유물 크라스노다르 고등군사항공학교 2년전 여성들에게 문호개방
항공우주군 부사령관 "여성 생도들도 전투기 조종사 문이 열려 있다" 공언

작전을 끝내고 막 착륙한 전투기에서 헬멧을 벗고 내리는 조종사의 모습이 낯설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는 예쁜 얼굴. 그렇다, 여성 조종사다. 할리우드 전쟁 영화에서도 뛰어난 여성 특전요원의 훈련과정이나 활약상은 접했지만, 여성 전투기 조종사는 보지 못한 것같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전투기용 헬멧을 옆구리에 낀 여성 조종사를 보게 될 전망이다. 실전에서 뛸 수 있는 여성 전투기 조종사를 키우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용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크라스노다르 고등군사항공학교에는 현재 31명의 여성 생도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인데, 이중 처음으로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5년제인 크라스노다르 항공학교는 2017년 처음으로 여성 생도들을 받았으니, 오는 9월 3년차 생도가 된다. 아직은 졸업까지 3년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여성생도들이 조만간 전투기와 전폭기, 군수송기, 장거리 비행, 대잠함 항공기 등 특화된 분야별로 나눠 실전 교육에 들어가는 만큼 전투기 조종 분야로 배치된 여성 생도의 존재는 곧 전투기 조종사 출현과 다름없다. 그 경우,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분야가 또 하나 깨지는 것인데,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크라스노다르 고등군사항공학교가 여성 생도를 받은 것은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 여성계의 빗발치는 요구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여성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첫해 16명, 이듬해 15명, 모두 31명이 1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소해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비상탈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2년차 생도들은 가장 기초적인 과정을 끝낸 셈이다.

그 즈음, 안드레이 유딘 러시아항공우주군 부사령관이 "군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여성 생도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재능이 입증된다면, 전투기 조종 기회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 당시만 해도 여성 생도들은 군 수송기 조종에 특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니 그의 발언은 당초의 예상을 깬 것. "훈련 중에 전투기 조종에 필요한 체력 심리적 요소들을 모두 검증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미 전투기 조종사가 될만한 여성 생도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에서도 전투기 조종사는 '가장 어려운'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라스노다르 항공학교 역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전투기 조종 생도를 선발한다. 따라서 이 학교 출신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는 앞으로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에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남성 생도들만 받아온 크라스노다르 고등군사항공학교는 여성들에게 문을 열면서 아주 까다로운 입학 시험과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전문 심리 테스트에 체력 측정은 기본이고, 특별 군사 비행 자문단의 면접까지 거쳐야 했다. 면접관에는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와 또 다른 여성 우주인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 등이 포함됐다.

2017년 첫해에는 200여명의 지원자 중 16명이 어려운 시험 과정을 통과했다. 각자 기념식수를 한 뒤 타임캡슐을 묻는 특별한 '입학식'을 치를 만큼 영광스러운 여성들이었다. 이듬해에 15명이 더 입소해 모두 31명이 됐다. 올 가을에는 3번째 여성 군조종사 생도들이 입소한다. 

여성의 군사항공학교 입소에 대한 자격 논란은 아직 진행중이다. 18세~27세 남성은 1년간 군복무를 해야 하니, 군사항공학교 입소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여성에게는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년간 군 자원복무로 처리한다고 하는데,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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