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치타~이르쿠츠크 구간(2) -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명소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치타~이르쿠츠크 구간(2) -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명소
  • 유희준 기자
  • brs714@buyrussia21.com
  • 승인 2019.08.23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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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계속)

다음날 아침 10시께 다시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부랴티야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약 35km 떨어진 불교 중심지 이볼긴스키 다짠 Иволгинский дацан sky datsan). 그러나 셀렌가 Селенгa)의 다리를 건널 때 언덕 위에 전망 좋은 곳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자동차로 거의 꼭데기까지 올라간 뒤 걸어서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니,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사진출처: drom.ru

거기에는 부랴티야 샤머니즘의 상징인 리본을 매는 나무기둥, 즉 '세르게' сэргэ́ 이 서 있었다. 이 세르게는 부랴티야에서는 자주 마주치게 된다. 기원은 말을 주요 운송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기둥은 말의 고삐를 매는 것으로, 나아가 짐을 싣고부리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 장소는 '주인'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세르게'에는 아래 위로 3개의 홈이 파져 있는데, 가장 낮은 홈은 지하 세계를, 중간은 인간 세상을, 위는 영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부랴티야 사람들은 믿는다. 

부랴티야 세르게 /사진출처 drom.ru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동전도 올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르게'에 두를 리본은 찾지 못해 다음을 기약하고 자동차에 올랐다. '이볼긴스키 다짠'으로 가는 길은 찾기 쉬웠다. 도로 표지판외에도 가는 길 나무에 수많은 리본이 달려 있어 '이볼긴스키 다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본인들이 다른 일로 바쁘더라도, 리본이 바람에 흔들릴 때 (리본에 매단) 소원이 하늘로 전달된다고 믿는다. 

다짠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때마침 함보-라마 이티겔로프 Хамбо-ламa Итигэлов (부랴티야 불교의 최고 라마승)의 '불멸의 몸'을 보기 위해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몇분 사원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2시간 동안 줄을 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직접 라마의 '불멸의 몸'을 볼 수 있었다. 모순적이긴 해도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함보 라마 이티겔로프 /사진출처 : https://rgdn.info

저녁 무렵에 울란우데에 도착해 카페 '아솨그' Ашаг 에서 저녁을 먹었다. 부랴티야와 몽골식 요리도 있지만, 러시아식의 익숙한 메뉴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현지 만두인 '부즤' буузы도 시켰다. 

부랴티야 만두 부즤/ 사진출처:ok.ru

피곤했지만, 짧게 시내를 둘러보았다. 도시의 오랜 역사에 맞게 잘 보존된 건축물과 기념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바이칼 호수를 빨리 보기 위해 다시 길을 재촉했다. 다시 3시간을 달려 어슴프레 석양에 잠긴 바이칼 호수를 만났다. 도로가 호수가를 따라 뻗어있기에 한동안 환상적인 풍경을 보면서 달렸다. 정차가 가능한 곳에 차를 세우고 숲을 지나 호수가로 걸어갔다. 이미 일몰은 지났지만, 이 멋진 장소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뻤다.

바이칼 호수 일몰/사진출처: drom. ru

늦은 밤에 도로편 카페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아침에 알고 보니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개인 호텔이었다. 넓은 뜰을 가진 목조 주택이었는데, 모든 게 안락하고 편안했다. 아쉽게도 표지판은 없었다. 

다시 길을 나서 꿀뚝 Култук을 지나고, 카페 '바이칼 세르판틴' Байкальский серпантин 근처의 전망대에서 멈췄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길을 달리니, 이르쿠츠크다.

이르쿠츠크로 들어가면서 첫번째 식당, '칼린카-말린카' Калинка-Малинка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고 가격이 적당했다. 그리고 얼른 묵을 숙소(호텔)을 검색했다. 30 분만에 이르쿠츠크 시내에 있는 미니 호텔 '스카스키' Сказки 2층에 짐을 풀었다. 2인용 침대 방은 하루에 1800루블. 방에는 필요한 모든 게 갖춰져 있고, 자동차는 안쪽 주차장에 세웠다. 1층에는 그루지야 요리 레스토랑이 있지만, 이용하지는 않았다. 

도시 구경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브르 (호랑이) бабр상과 역사적인 관광 명소 '130번 가' 130-й квартал' 다.

이르쿠츠크 바브르 상/사진출처: 얀덱스
130번 가 모습/사진출처: drom.ru
이르쿠츠크 130번 가 /

'바브르'가 현재 모습을 갖게 된 연유가 있다고 한다. 바브르는 현지에서 호랑이를 부르던 단어. 그러나 제정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공무원들은 '바브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는 '보브르'(바다에 사는 비버, 해양 삵) бобр의 오타로 생각해 이미지를 만들다 보니, 물갈퀴가 있는 발과 호랑이 답지 않는 꼬리, 물고기를 입에 문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130번 가는 복원된 역사적 건축물에 기념품 가게, 호텔, 카페 등 목조 주택이 모여 있는 곳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저녁에는 카페와 야외에서 재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진다. 많은 외국인이 이 거리로 몰려드는 이유다. 근처에는 또 대형 쇼핑 센터도 있다. 

다음날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리스트비얀카로 가 바이칼 호수의 명물 물고기인 '오물'을 사고, 인근의 레스토랑 '지난 세기' Прошлый век에서 저녁을 먹었다. 레스토랑에서 본 일몰은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슬류단카 역/사진출처:drom.ru 

바이칼로 간 김에 인근 휴양지 슬류단카 Слюдянкa에서 쉬기로 했다. 예약도 없이 현지로 가 '숲속의 작은 집'에 짐을 풀었다. 하루 숙박비 1800루블. 앞쪽은 파란 잔디가 깔리고, 뒷쪽으로 나가면 바이칼 호수가 눈앞에 보이는 멋진 곳이다. 슬류단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기차역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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