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러시아 그리고 내일 시리즈 2- 핵미사일 폭발 사고가 난 바렌츠해에는..
소련, 러시아 그리고 내일 시리즈 2- 핵미사일 폭발 사고가 난 바렌츠해에는..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01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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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적 중요 해역, 핵잠수함-수중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핵미사일- ?
30년전 침몰 핵잠수함 '콤소몰레츠'서 아직도 "방사능 물질 유출"-노르웨이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에서 발생한 핵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의 진실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그럴싸한 시나리오는 다 나오는 것 같다. 미 정보당국은 바다속에 가라앉은 신형 핵추진 미사일을 회수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핵추진 신형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Буревестник의 발사 실험중, 바다에 빠진 미사일을 특수 선박 3척을 동원해 건져내려다 폭발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형 핵미사일 실험중 폭발' 주장과는 약간 다른 버전이다. 

이전의 소련과 많이 바뀐 러시아라지만, 이같이 예민한 군 관련 사고는 앞으로도 '은폐'속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중대한 환경오염 문제를 불러올 '핵 사건및 사고'라면 더욱 그렇다. 폭발사고가 난 북부 바렌츠해에서는 30년전에도 소련 핵잠수함이 화재로 침몰했다. 그 핵잠수함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 있을까? '소련, 러시아 그리고 내일' 시리즈 2번째로 이 문제를 살펴보자. 

노르웨이 인근의 바렌츠해는 러시아에게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역이다. 깊은 수심에다 일반인 접근도 어려워 군 실험장도 몰려있다. 수중발사 장거리핵미사일 시험발사도, 핵추진 잠수함 기지도, 해군 특수 시설도 여기에 있다.

30년 전인 1989년 4월, 소련의 신예 핵잠수함 '콤소몰레츠(K)-278' 호가 노르웨이에 가까운 바렌츠 해역에서 침몰했다. (폭발)화재 사고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게 서방측 분석이지만, 당시의 소련도, 지금의 러시아도 진실은 밝히기는 커녕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침몰한 소련핵잠수함 콤소몰레츠 잔해/

콤소몰레츠-278 호는 미-소 냉전이 한장이던 지난 1983년 진수됐다. 길이 117m, 최대 속도는 30노트(56㎞/h). 침몰할 당시, 승조원 42명이 숨지고, 27명은 가까스로 구조됐다. 플루토늄 탄두의 핵 어뢰 2기도 장착되어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BBC방송은 침몰한 K-278 핵잠수함 잔해에서 아직도 평상시의 80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있다고 지난 7월 보도했다. 노르웨이 방사능·핵안전국(DSA)이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동원해 핵잠수함 잔해를 검사했더니, 심각한 손상으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폐쇄된 가압형 경수로가 있는 쪽에서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리터당 800Bq(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했다. 이는 노르웨이 바닷물 평상시 방사능 수치인 0.001Bq의 80만배에 해당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핵잠수함 잔해의 다른 곳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침몰 당시 군용 잠수함으로서는 가장 깊은 잠수기록(1천24m)을 세운 이 잠수함은 지금 자신의 기록보다 더 깊은 바닷속, 수심 1천680m 지점에 누워 있다. 이 정도 깊이에서는 물고기도 거의 살지 않아 일본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오염 물고기'와 같은 '식용 공포'는 아예 없다고 한다. 게다가 북극 해류가 문제의 바닷물 방사능 수치를 빠르게 낮춰주고 있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노르웨이 해양연구소의 힐데 엘리스 헬달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1990년대와 2007년 유인 탐사선을 보냈던 러시아 측도 경수로 쪽 통기관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한 바 있다"며 "(우리도) 이번 검사 결과에 놀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해군의 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 핵잠수함/사진출처: 크렘린ru

침몰 잠수함에 탑재된 원자로는 190mW급이라고 한다. 러시아측 전문가들은 화재사고 직후 원자로는 자동적으로 폐쇄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이와 비슷한 사고는 미국쪽에서도 다수 발생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는 1957년에 큰 사고를 낸 미국 핵 잠수함 '노틸러스', 1968년 침몰한 '스콜피온' 등이 여전히 깊은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말했다.

냉전시대, 미소 양국의 막강한 해군력은 이같은 사고 등을 발판으로 증강돼 왔다. 누가 누구를 비난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 아르한겔스크 미사일 실험 폭발사고 역시, 새로운 핵추진 미사일의 개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폐지 17년만에 우주사령부를 다시 설치한 미국의 '스타워즈'에 대응하려는 러시아에게는 '꼭 필요한 희생'으로 기록될 것이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러시아 군의 오늘과 내일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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