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또한번 회생 고비? 국내 기업에겐 러시아 인프라 사업 진출 기회
러시아 경제 또한번 회생 고비? 국내 기업에겐 러시아 인프라 사업 진출 기회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02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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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향 전망, "약발 떨어졌다" 평가도
토목건설 사업에 중기 성장 정책으로 돌파할 듯
4일 동방경제포럼 개막, 국내기업의 투자 기회도

러시아 경제가 또 한번 고비를 맞는 것 같다. 글로벌 경제의 하락 싸이클 속에 러시아가 갖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위험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중앙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인하를 검토 중이고, 정부도 취약한 부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지만, 쉽게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경제개발부는 지난달 27일 경제성장률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3%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율 전망을 기존 2%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또 산업생산 증가율 전망은 2.6%에서 2.4%로, 2021년의 경우 2.9%에서 2.7%로 각각 2%포인트 내려 잡았다. 

지난 4월 1%로 예상했던 올해 국민 실질가처분소득 성장률은 0.1%로 대폭 내렸다. 실질가처분소득은 개인 소득의 실질적 구매력을 표시한다. 경제심리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막심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경기가 후퇴하면서 2021년 GDP 성장률이 0.6%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 수소에너지 개발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 모음 캡처

러시아 경제담당 부처의 이러한 전망은 지난 몇년간의 노력이 서서히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듯하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촉발된 서방의 경제제재에 국제유가 추락,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 등으로 큰 어려움에 빠졌던 러시아는 이후 국제유가의 회복을 바탕으로 앞뒤를 가리지 않는 경제지원및 통화정책을 도입, 가까스로 반등의 불씨를 살렸다. 지난해에는 경상수지와 무역, 재정면에서 흑자를 달성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내놓은 상태에서 미중무역전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교역 환경의 악화에다 셰일 가스 등 국제 에너지 수급 체제의 변화, 경기 순환 싸이클의 반전 등은 러시아 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국제신용평가사의 러시아 국가신용등급 승격 정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무디스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a3'로 상향 조정, 소위 '투기등급'에서 헤어나게 했다. 'Baa3'는 비록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이나 'Ba1' 은 아예 투기 등급이다. 지난 달엔 피치가 BBB로 한 단계 더 올렸다.

러시아 일부지역서 은행 대출을 줄였다는 기사 모음 캡처 

금융시장도 아직은 국내외 투자자의 기대에 반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증시 지수인 RTS 지수 상승률이 무려 30%에 이른다. 러시아 정부가 단기적으로 배당정책을 강화한 결과라고 한다.

푸틴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그는 최근 경제담당 부처 수장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경제성장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가경제가 단기간에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이 밑바닥에서부터 효과를 발휘하려면, 인프라 구축에다 경제심리도 개선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러시아 재무부의 대책은 눈에 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2019년 러시아 중소기업 특혜 대출, 대폭 증액’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중소기업 특혜 대출인 SMEs' preferential lending 의 규모를 전년 대비 약 800억 루블 늘인 1조 루블(약 18조7천억 원)로 결정했다.

지난 2년간 러시아 경제는 나름대로 회복세를 맞았지만, 유독 중소기업및 자영업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새로 등장한 신생 업체는 약 7천 개였으나 문을 닫은 업체는 9천 개를 넘어섰다. 여전히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중소·자영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2024년까지 중소기업에서 2천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과 중소기업(SME’s and Support for Business Initiatives)’ 프로젝트를 내놨다. 4천162억 루블(약 7조7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비중을 늘리고, 비석유가스 제조품목의 생산및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성장 동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도로 등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한 성장전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 교통전략 2030’, ‘교통 인프라 개보수 통합계획 2024’ 등을 수립,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선도개발구역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러시아 도로망 사업으로는 총 길이 2천192㎞, 사업비 117억 달러가 투입되는 러시아-카자흐스탄 고속도로 건설을 들 수 있다. 고속철도 사업으로는 ▲모스크바-니즈니노브고로드-카잔-예카테린부르크 ▲첼랴빈스크-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사마라 ▲모스크바-로스토프 나 도누-애들러 고속철도 등이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

또 러시아 정부는 극동 연해주 등 선도개발구역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접근로와 전력 공급망, 상수도, 난방, 주택, 학교 등 입주 기업을 위한 인프라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탓인지, 러시아는 월드뱅크가 평가하는 국가별 비즈니스 환경지수에서 올해 190개 국가 중 31위를 차지했다. 몇년 전만해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를 떠올리는 변신이다.

러시아는 대국이다. 광활한 영토에 많은 자원,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시장 규모(공공조달 시장 600조 원, 일반 소비시장 5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를 갖고 있다. 인프라가 구축되고, 성장 엔진이 가동되면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우리에게는 엄청난 경제파트너로 다가올 것이다.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

굳이 그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력이면 러시아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 등 토목 건설사업에 뛰어들 만하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러시아의 철도·도로 등 인프라 사업에 BTO(건설·양도 후 운영방식) 또는 BOT(건설·운영 후 양도방식)로 러시아 진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 건설업체에게는 러시아 진출의 기회다. 때마침 4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동방경제포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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