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부패구조 깨기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 의회는 '면책 특권' 삭제 결의
고질적 부패구조 깨기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 의회는 '면책 특권' 삭제 결의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04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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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서 '의원 면책 특권 삭제' 법안 채택, 대통령 승인후 헌법재판소 심의로
구체제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체로 나아 가는 새 출발 기대

우크라이나의 고질적인 부패구조가 진짜 사라질 수 있을까? 일단 젤렌스크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첫발은 제대로 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CIS권의 부패 구조는 '금권' (돈과 권력)결탁이 핵심이고, 그 고리가 의회 의원들이다. 형사조추 면책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3일 자신들(의원)의 형사소추 면책 특권을 철폐하는 법안을 스스로 채택한 것은 우크라이나 부패 척결에 희망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450명 의원 중 373명 찬성으로 면책 특권 삭제법안을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의원들이 형사범죄에 연루되더라도 면책특권으로 사법 처리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각 사안별로 해당 의원의 면책특권 박탈 여부가 의회 표결로 결정됐는데, 동료 의원의 형사소추에 선뜻 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집권여당 소속의원이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원의 면책 특권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조기총선을 통해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이 공약은 현실이 됐다. 그는 의회 투표 직전까지 "국민의 90%가 바란 대로 의회가 스스로 특권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내던질 것"을 촉구했다.

이 법안은 '의회의 동의없이 의원을 체포, 구속 기소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자는 것이다. 다만, 명예훼손과 악의적 비방을 제외하고, 투표나 발언 등 의회내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지니도록 했다.

반대표를 던진 야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정부여당이 눈에 가시와 같은 야당의원들에 향해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우리도 익히 겪어온 바다.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명한 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이 법안을 승인하면, 의원들의 면책 특권을 삭제한 헌법 개정안이 다시 의회로 넘어간다. 의회가 헌법 개정안을 승인(300표 이상)하면 대통령이 서명하고, 헌법 개정안은 확정된다. 이 과정은 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첫발을 성공적으로 뗐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성숙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갈 출발점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했으나 구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소위 '오렌지 혁명' 등을 계기로 민주화의 길을 걸었으나 부패 구조를 깨뜨리지는 못했다. 억만장자 출신의 페트로 포로셴코 전임 대통령도 '부패 일소'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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