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젤렌스키 정권, 대 러시아 협정 파기 잠정 중단- 관계정상화로 가나?
우크라 젤렌스키 정권, 대 러시아 협정 파기 잠정 중단- 관계정상화로 가나?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12 0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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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정권의 첫 내각 출범으로 대러 새 노선 기대감 키워
19일 러-우크라-EU 가스 운송 협상 무대가 시금석, 결과 주목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대통령) 호'의 방향 전환이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의 대러시아 적대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기대는 모았지만, 그 속도가 예상을 넘어섰다. 포로셴코 전대통령이 대권 연임을 겨냥해 서둘러온 각종 대 러시아 정책이 중지되거나 환원될 전망이다.

러시아 협정 파기 통보 중단/얀덱스 캡처
우크라는 왜 러시아와 협정 파기를 중단했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포로셴코 정권이 추진해온 러시아와의 양자 협정 및 조약 파기 통보를 잠정 중단했다. 포로셴코 전대통령은 퇴임을 눈앞에 둔 지난 4월 1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우호·협력·파트너십 조약'을 최종 파기했다. 이 조약은 지난 1997년 5월 체결돼 1999년 4월 발효했는데, 양국간 전략적 파트너십, 국경 훼손 불가 원칙, 영토적 통합성 존중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은, 사실상 이 조약을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포로셴코 정권은 지난 2월 '법률 정보 교환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을 폐기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7월 옛 소련 국가들의 협의체인 '독립국가연합(CIS) 협정'에서 완전 탈퇴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하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는 아직도 400여개의 협정·조약이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 협정· 조약들의 파기 통보를 중단한 것은 새 정권의 대 러시아 정책을 일부나마 읽을 수 있다.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협정 파기 중단을 우크라이나의 새 내각 출범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알렉세이 곤차룩을 새 총리로 하는 첫 내각을 출범시켰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새 내각이 러시아와의 협정 파기 문제를 살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관측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협정 파기를 중단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러시아 관계를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의 협상태도 /얀덱스 캡처
나프토가스, 러시아측에 최후통첩

 

러시아 크렘린측은 우크라이나의 향후 정책 노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양국간에는 적대적 관계 청산을 위해 '수감자 교환'이 이뤄졌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포로교환, 평화정착을 위한 민스크평화협정 이행, 러시아가스관의 우크라이나 통과 등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비밀접촉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한 상태다. 전화 접촉도 늘리고 있다. 

향후 양국 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계기는 오는 19일 러-우크라-유럽연합(EU) 3자간에 이뤄질 '가스 운송'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부설된 가스관을 통해 유럽대륙으로 가스를 운송하는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이후 우크라이나와 가스 운송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가장 가까이는 올해 말로 끝나는 '가스 운송 계약'의 연장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급기야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계약 연장'의 포기를 선언했고, 가스 수요국인 유럽이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대가 3자 가스 운송 협상이다. 

러시아측의 요구는 우크라이나의 운송비 인상 철회와 양자간 가스 협정 체결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나프토가스의 유리 비트렌코 사장은 3자 협상에 앞서 "러시아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가스관 처리 비용으로 110억~140억 달러를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았지만, 운송비 인상 철회 의사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관건은 EU측이 러-우크라간 가스 양자 협정을 성사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은 우크라이나의 대 러시아 정책 노선이다. 포로셴코 전임 정권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은 협정 파기 통보 중단과 함께 양국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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