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간다 1- 블라디보스토크 기억들, 그리고 지금 공항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간다 1- 블라디보스토크 기억들, 그리고 지금 공항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21 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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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렸다.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이방인을 반겨준다. 공항에서부터 기억속에 남아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는 너무 달라 조금 당황스럽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고, 또 기억속의 계절은 겨울아니면 이른 봄이어서 그런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안과 바깥 - 일단 바깥으로 나온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면 모든 짐검사를 다시 하니 주의!!

 

진짜 언제였던가? 까마득히 멀어진 기억을 되살려보지만, 마지막 방문 날짜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2004년에 스포츠한국 편집국장, 2006년 한국일보 편집국장으로 '30년 언론사 생활의 꽃'을 피웠으니, 아마도 그 이전인 2002년 겨울쯤이지 않나 싶다. 16~17년 세월이 훌쩍 흘러갔다. 그리고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달쯤 살아보기로 작정하고 취재 여행을 왔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번에 4번째 방문이다. 1990년대 초 탈북벌목공 문제를 취재하러 하바로프스크를 중심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북한 벌목장 일대를 돌았고, 모스크바 특파원 시절(1995~1998년)에는 블라디 총영사관의 최덕근 영사 피살 사건 취재차 다른 특파원들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렸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 관광 자원이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특히 시베리아횡단열차탑승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 여행사 기획팀에 포착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탈 기회가 왔다. 하긴 탈북벌목공 취재시에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하긴 했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너무 달랐다. 하나는 목숨을 건(?), 다른 하나는 마음을 한껏 풀어놓은 기차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번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모두, 그 당시로서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기대할 없는 특별한 기회이자 경험이였다. 이번 여행은 다르다. 일반인들도 모두 경험한, 또 하고 있는 여행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 택시 안에서

 

달라진 블라디보스토크에 한번 가보자, 거기서 한달쯤 살아보면서 러시아가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눈으로 한번 보자, 바이러시아 뉴스(buyrussia21.kr)에 보다 정확한 러시아 소식을 전하려면 지금쯤 현지에 한번 가보는 게 좋겠다. 러시아 정보의 보고인 얀덱스(yandex.ru)를 계속 뒤지는 것도 좋지만, '러시아적인 감각'을 새롭게 한 뒤에 하자, 그리고 다음에는 모스크바로 가서 러시아 전체를 다시 그려보자, 대충 이런 생각으로 배낭을 꾸렸다.

막상 블라디 취재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숙소와 교통편, 거주등록 등등 현실적인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배낭을 매고 훌쩍 떠나는 자칭 '방랑식객'이 과거 현역처럼 여행사를 통해 값비싼 호텔을 예약할 수도 없고, 경험속의 기억들은 여전히 불편하고 짜증나고 위험한 곳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1995년 겨울 서울 본사로부터 갑작스레 출장 지시를 받고 발칸반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 취재를 떠나기 전에, 모스크바에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 여행을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그때나, 지금이나 현지로 연락해 마땅히 도움을 청하고 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그때는 민병석 전 체코대사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유엔평화유지군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고, 이번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었다. 인적-정보 네트워크가 180도 달라진 세상을 이제사 경험한 셈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청한 항목은 △ 게스트하우스나 일반 러시아 가정집에서 묵는다면 레기스뜨라찌야(외국인 거주자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 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이동할 때 유용한 대중교통편은? △ 블라디서 한달살기를 할때 필요한, 그래서 미리 다운받아야 하는 앱은? △ 택시공유 앱(얀덱스 택시, 막심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등이다. 이에 대한 체험 노하우는 천천히 알려드릴려고 한다.

이번 여행기는 또 과거 언론사 취재와 달라 그 양에 구애받지 않고 구체적으로 쓸 계획이다. 통상 언론사에서는 기자들에게 '길지 않게 구체적으로 쓸 거 다 쓰라'고 가르친다. 이런 모순적인 지시가 어디 있는가? 구체적으로 쓸 거 다 쓰면서 어떻게 길지 않게 쓸 수가 있나? 그러나 언론사 기자는 그 과정에서 '정곡을 찌르면서도 핵심만 축약해 전달하는 기술'을 배운다. 요즘 인터넷 글 쓰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바이러시아 buyrussia21.kr 뉴스에 연재할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간다'는 정통 언론사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에 비해 격이 좀 떨어지고, 담는 내용이 뜬금 없을 지도 모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 이야기를 뺄 수는 없겠지만, 그것보다는 여기서 살아가는 방법을 어떤 여행기보다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첫 이야기를 '블라디보스토크공항에서 숙소까지 실수 없이 혼자가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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