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홍남기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다시 꼼꼼히 따져보니..
(시시비비) 홍남기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다시 꼼꼼히 따져보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28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러경제공동위 참석을 위해 2박3일간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귀국했다. 홍 부총리는 모스크바 경제공동위에서 ‘남북한·러 경제협력 활성화로 내년 교역 1,000억 달러 달성' 등 6대 성과를 거뒀다고 기획재정부가 홍보했다. 이 '성과'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할 즈음에, 일부 언론이 '그게 성과냐? 희망사항이지'라면서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러경제공동위는 지난 1997년 시작돼 매년 양국을 오가며 열리는 행사다. 양국 부총리급이 이번 모스크바 회담 전까지 17번을 만났지만, 큰 주목을 끄는 행사는 솔직히 아니었다. 연례행사이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신선함도, 기대감도 많이 퇴색됐다. 

그나마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는 과거와 좀 색달랐다. 얼마 전 홍 부총리가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를 향해 새로운 제안들을 내놨고, 그에 대한 실질적 논의의 자리가 바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측의 호응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사진출처:기재부 

 

홍 부총리의 존재감도 이전과 달랐다. 부총리의 재임 기간을 감안하면, 러시아측 부총리급 파트너와 2~3번 잇따라 만나 핵심 쟁점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부총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홍 부총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를 만난 지 20일만에 또다시 마주 앉았다. 양국 부총리가 앞으로 1년 동안 실무자들을 채근하면, 내년 경제공동위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홍 부총리가 이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대통령 대신 참석해 제안한 새로운 한·러협력 구상은 부품·소재·장비 분야 투자를 위한 양국 공동투자펀드 조성과 한·중·일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협의체 구성 등이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라는 느낌이다. 일본의 경제적 압박이 우리 경제 전반을 옭죄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발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푸틴 대통령의 동방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나인 브릿지'(9개 다리) 경협 구상이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우리 측의 대규모 투자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동방포럼 개최도 따지고 보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3국의 투자 유치를 위한 '자리 펴기'나 다름없다.

홍 부총리의 새 구상이 '참신함'을 지닌 건 분명하나 러시아측의 구미를 확 끌기에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한일간 부품· 소재 전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우리 측이 100% 투자하는 것도 아닌 공동투자는 쉬 받기엔 '고민스럽다'. 또 투자 대상인 원천기술및 기초과학의 소재지는 모스크바 등 비교적 서쪽에 치우쳐 있다.

한·중·일 디벨로퍼 협의체는 지역적으론 매력적이나, 가뜩이나 러시아 진출에 적극적인 중국과 3국이 함께 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리스크 분산'이라는 이점이 있겠으나, 러시아를 설득하려면 더 확실한 당근이 필요한 구상이라는 생각이다. 

기재부가 홍보한 6대 성과는 ‘남ㆍ북ㆍ러 경제협력 활성화로 교역 1,000억달러 달성’, ‘소재ㆍ부품ㆍ장비 가치사슬 구축 위한 10억달러 펀드 조성’ '디벨로퍼 협의체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한러 서비스 투자 부문 FTA 내년 완료 합의' '남북러 3각 협력 토대 구축과 실행가능성 제고’ '경협차관을 활용한 산불진압용 헬기의 성능개량' 등이다.

한러 서비스·투자 FTA를 내년까지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 경제공동위서 거둔 성과가 맞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새로운 제안들에 대한 협의 내용을 성과로 홍보하기에는 너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실무진의 홍보 의욕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공동위가 끝난 뒤 현지 특파원들에게 "1단계로 소재·부품·장비 산업 분야 육성을 위한 공동투자펀드를 가동하기로 합의했으며,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양국의 디벨로퍼 기관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기획, 발굴, 선정하는 작업을 해나가기로 견해 일치를 봤다"고 밀했다. '조만간 체결하고' '견해 일치를 본' 수준에 불과한데, 성과를 내세운 것이다.

홍보 실무진 입장에서는 성과를 단순히 한 두개 내느니, '6대 성과' 정도로 포장을 해야 그럴 듯해진다. 더욱이 '우리의 경협차관을 활용한 산불진압용 헬기의 성능 개량'은 우리측의 성과라기보다는 러시아측 성과에 가깝다. '양측의 이해를 모두 반영하는 상호호혜적인 협력모델'(기재부 반박 자료중에서)을 홍보한다는 측면에서는 6대 성과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로 양국간 협력모델의 새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