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권도는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첫 등장한 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정식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혁신을 도모한다. 경기복 교체다.
태권도 경기복은 다른 무술 경기인 유도나 마찬가지로 '도복'이다. 경기 중에 도복 매무새를 간추려야 하는 '전통 무술' 답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때문에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도복이 현란한 발 기술을 사용하는 선수들의 몸 움직임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 또 발과 주먹이 도복 밖으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타격 지점에 대한 판정 시비도 없지 않았다. 경기에 대한 흥미반감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개최를 약 10개월 앞두고 일본 지바에서 최근 열린 태권도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사전점검행사)는 달랐다. 일부 선수들이 선보인 경기복은 눈길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타이즈처럼 몸에 딱 밀착되는 하의는 요즘 유행하는 스포츠웨어를 닮았다. 손에 낀 장갑도 마찬가지. 세계태권도연맹이 도교올림픽을 앞두고 시도한 '도전적 혁신 작업'의 결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연맹에 따르면 개최국 일본과 중국·대만·영국·프랑스 등 각국 태권도 경량급(남자 58㎏·여자 49㎏) 선수들은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올림픽 사전 검검 행사에서 새 경기복을 입고 첫 실전을 가졌다. 이 경기장은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열리는 곳이어서 올림픽 사전행사다웠다.
새 경기복의 특징은 두가지. 신축성 소재의 하의에 손가락을 구부린 형태로 고정한 글러브다. 상의는 도복과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소재가 스포츠웨어처럼 가벼워졌고 팔소매도 좁아졌다. 도복을 입었을 때, 상의에 가려졌던 주먹과 발은 완전히 밖으로 드러나 타격 지점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판정시비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연맹 측에 따르면 새 경기복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선수와 감독들은 새 경기복의 기능성과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도복보다 가볍고 밀착돼 두 다리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끌만하다. 특히 하체가 긴 선수들의 몸매를 제대로 받쳐주는 데다, 현란한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격투기 종목' 태권도가 지닌 매력을 십분 발산할 전망이다.
조정원 연맹 총재는 가급적 도쿄올림픽에서는 새 경기복을 입고 대회를 치루겠다는 계획이다. 조 총재는 “이번 대회서 나온 각국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을 모은 뒤, 보완 작업을 하고, 오는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연맹 임시 집행위원회에서 새 경기복의 최종 도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태권도 경기 장소는 지바)에서는 새 경기복을 입은 태권도 선수들과 그 매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