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 '파지'를 조지아에선 쉽게 살 수 있다.
수퍼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 '파지'를 조지아에선 쉽게 살 수 있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0.20 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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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인하대 교수 "수퍼버그 인류의 앞날 위협, 파지 연구개발로 대처할 수 있는데.."

기존의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수퍼버그'(Superbug)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통상 '수퍼박테리아'라고 불린다. 이 놈이 앞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3대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책은 없을까? 김은기 인하대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항생제를 개발, 활용한 서방세계와는 다른 처방으로 박테리아를 박멸해온 소련(러시아) 동유럽의 '파지'가 해결책이라고 한다.

사진출처:인하대 블로그

 

김 교수가 모 신문에 기고한 '바이오토크' 란 글을 잠깐 보자.
그는 "국내 대형병원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있는 균 57.5%는 수퍼버그"라며 "지난 20년간 5배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평시에는 크게 위험하지 않으나, 폐렴균 등 치명적 병원균에 내성유전자를 전달해 항생제가 듣지 않도록 배후 조종한다는 것이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니, 환자는 죽을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인류의 멸망 원인에 대해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 50인이 답했다. 지구 온난화, 핵전쟁에 이어 전염병, 특히 수퍼버그는 3위다. 지난 4월 유엔은 “지금 상태라면 2050년 수퍼버그로 매년 천만 명이 사망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고도 했다. 

다행히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고 했다. 수퍼버그 감염으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15세 소녀가 주사 한 방으로 완치됐다. 주사 속에는 박테리아 전문 킬러인 ‘파지(bacteriophage)’가 들어 있었다.

파지? 도대체 파지가 뭐길래?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러스인 파지는 박테리아의 10배다. 박테리아에 침입해 그 수를 불려 터트리고 나온다. 그래서 이름도 파지(phage), 즉 ‘먹어 버린다’다. 1만5000종 파지 중에 15세 소녀 폐 속의 내성균을 죽이는 놈이 있을까. 세 놈을 찾았다. 이놈들은 실험실 배양접시에서는 소녀 내성균을 녹여 버렸다. 내성균을 죽이는 세 종류 파지 칵테일을 받은 의료진이 정맥주사로 파지를 소녀 몸에 주입시켰다. 6개월 후 모든 감염 증세가 사라졌다.(2019년 네이처 메디슨)".

"파지는 생긴 모양이 달착륙선을 닮았다. 박테리아 표면에 다리들을 고정시키고 파지 DNA를 주입시킨다. 박테리아 속에서 200배로 불어난 파지는 박테리아를 터트리고 다른 놈들을 다시 감염시킨다. 순식간에 박테리아 전체가 전멸한다". 

주목되는 것은 '파지' 처방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 김 교수는 카프카스의 작은 나라인 조지아(그루지야)에 가면 누구나 쉽게 '파지'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처방전도 필요 없단다. '파지'는 이미 100년 전부터 러시아·폴란드·조지아에서 병원균을 죽이고 있었단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 역사는 이렇다.
파지를 감염치료제로 처음 개발한 것은 러시아(소련)이다. 그러나 2차 대전이 터지고, 영국의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 '페니실린'이 부상한 병사들의 감염치료에 위력을 발휘했다. 파지를 감염 치료제로 사용하던 소련의료계를 고개 숙이게 했다. 이후 세계 의약시장에서 항생제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파지는 숨을 죽여야 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수퍼버그가 나타나면서 만능치료제인 항생제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파지가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파지는 박테리아 맞춤형 치료다. 수백개 중에서 잘 찾아내야 성공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 문제가 생긴다. 특별한 환자 한명을 치료하기 위해 박테리아 맞춤형 파지를 쉽게 찾아낼런지는 모르지만, 요즘 항생제처럼 대중화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유럽의 대형 제약사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하나? 러시아와조지아 등과 쉽게 제약, 치료, 의료협력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할 수 밖에 없다. 제약계의 블루오션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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