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곰들의 포위 공격' - 러시아 민가 곳곳에 북극 곰들이 출몰
'배고픈 곰들의 포위 공격' - 러시아 민가 곳곳에 북극 곰들이 출몰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19.12.07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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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코트카 마을엔 곰 56마리가 먹이 찾아 내려와, 마을 안전 비상
이르쿠츠크, 코미공화국 등에서도 곰과 늑대 등 야생 동물 공격

'배고픈 곰들의 포위 공격'
50여 마리의 회색곰들이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자치주의 한 마을을 둘러싼 채 먹이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언론에 따르면 추코트카 자치주의 리르카이피이 마을은 5일 56마리의 곰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주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마을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700여명의 주민들은 학교 등으로 일단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얀덱스 캡처

 

남쪽으로 캄차트카, 북서쪽으로 야쿠티야 공화국, 동쪽으로는 태평양과 접하고 있는 추코트카 자치주는 넓은 지역이 러시아 정부에 의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 그동안 북극 회색 곰들의 생태계로서도,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에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함께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잠에 필요한 먹이를 구하지 못한 곰들이 민가 근처로 내려와 먹이를 찾기 시작한 것. 인간이 야생 동물의 위협을 느껴야 할 판이다. 아직은 리르카이피이 마을로 내려온 곰들이 주민을 공격했다는 소식은 없으나 공포감은 상당하다. 그것도 무려 56마리나 내려왔으니 주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동영상 캡처

 

이 마을의 타티아나 미녠코 곰 감시 활동가는 언론에 "마을 주변으로 내려온 곰은 모두 56마리였다"며 "다 자란 곰과 어린 곰이 섞여 있는데, 대다수가 야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겨울잠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곰들이 이 마을 주변으로 내려온 것은 물론 처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주변 바다가 제대로 얼어붙지 않자, 곰들이 바다로 가지 않고, 마을 근처에서 먹이를 찾는 일이 흔해진 것이다. 한 주민은 "5년 전만 해도 다섯 마리 정도가 마을 근처에 내려왔는데 이제 이렇게 많아졌다"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래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을 비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간이 곰들을 피해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현지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이 곰들은 마을에서 가까운 '코제프니코프 곶'에 살던 곰 가족들로 보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소속의 미하일 스티쇼프는 "12월 초 날씨로는 너무 따뜻해 바다에 얼음이 얼지 않았다"며 "바다가 두껍게 얼었다면, 곰들이 물개 등을 사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얼음이 제대로 얼면, 곰들이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야생동물들의 공격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북서쪽 코미공화국에서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곰과 늑대들이 마을로 내려와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얼마 전에는 14세 여학생이 늑대에 희생됐다.

또 이르쿠츠크 주에서는 최근 갈색 곰이 집안에 있던 60대 남성을 살해했다. 한 주민은 “곰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남성을 공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냥꾼들은 다음날 오전 숨진 남성을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갈색곰을 사살했다.

올해 초(2월)에는 서북부 아르한겔스크주 노바야 제믈랴 부근에 52마리의 북극곰이 민가에 출몰, 지방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이 지역 기상관측소에 있던 러시아 과학자 5명이 오랜 기간 북극곰들에 포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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