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스크바 화물열차 운행 준비는 하나씩 끝나가는데..
서울~모스크바 화물열차 운행 준비는 하나씩 끝나가는데..
  • 유희준 기자
  • brs714@buyrussia21.com
  • 승인 2019.12.07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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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남북한-러시아의 철로 폭 자동조절장치 개발, 5일 시연회

한때 '모스크바행 가상 티켓'까지 나돌았던 남북한-러시아 철도 연결은 아직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내 실현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철도청이 연결 노력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지난 5일 충북 오송의 철도종합시험선로에서 시연된 '동북아 공동화차 기술' 개발이 대표적이다. '동북아 공동화차 기술'은 남북한-러시아 3국간에 서로 다른 철도 폭에 열차가 자동으로 맞춰가며 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이 주관한 이날 시연회은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동북아 공동화차’ 플래카드를 단 열차가  ‘표준 구간’ 이라고 쓰인 푯말 앞 선로를 지나 ‘변환 구간’ 선로로 별다른 제동없이 들어섰다. 표준 구간은 국내 철도의 표준 궤도 폭(궤간)을 뜻하는 1435㎜ 구간이고, 러시아 철도의 궤도폭은 1520㎜로 남북한 철도 궤도보다 넓다. 흔히 광궤로 부른다. 변환 구간은 러시아 철도 궤도 폭과 같게 설계된 선로다. 

철로 변환시 작동되는 시스템/사진:과기부 
동북아 공동화차 시연 장면/사진:철도연

 

'동북아 공동화차'는 궤도 폭이 다른 한국과 러시아 선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화물 운송용 열차다.  열차 바퀴의 폭을 바꿀 수 있는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비롯, 가변형 연결기, 장대편성 열차 제동장치 기술이 적용됐다. 개발비만 168억 원에 이른다. 

궤간가변대차 기술은 열차가 바퀴의 폭을 스스로 조절해 선로의 폭이 줄어들든, 넓어지든, 서지 않고 달리게 하는 기술이다. 바퀴에 달린 스프링이 길이를 바꾸며 바퀴 사이 폭을 조절한다. 선로 폭이 달라지는 지점에서도 시속 10~3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기술은 올해 국제기준인 반복시험 500회를 마쳤고, 철도 관련 국제공인기관인 ‘TUV 라인란드’ 인증을 받았다. 러시아와 몽골 등 소련의 영향을 받은 나라의 궤간이 1520㎜인 광궤이기에 필요한 기술이다.

러시아권만 궤도가 다른 것은 아니다. 19세기 철도가 부설되던 시기에, 나라별로 정치적 상황이 달라 제각기 다른 궤도의 철로가 깔렸다. 이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등에서 궤간가변열차를 운행 중이다.

나라별로 각기 다른 열차를 연결하는 '가변연결기'도 중요하다. 한국과 북한, 중국, 미국은 AAR로 불리는 연결기를, 러시아와 몽골은 CA-3 연결기를 쓴다. 철로로 연결되는 서유럽과 러시아는 둘을 연결하는 가변연결기를 개발해 쓰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서 러시아로 화물열차가 이동할 때는 아예 열차를 바꾸는 것도 가변연결기가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공동화차'의 가변연결기는 영하 50도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됐고, 무거운 중량에도 버틸 수 있는 특수 재질이 사용됐다. 우리는 보통 화물열차 25칸을 매달고 달리지만, 러시아는 최대 140칸까지 연결한다고 한다. 최소한 열차 50칸을 매달고 달릴 수 있도록 몰리브덴과 바나듐, 니켈 금속 비율을 조절한 재질로 개발한 것이다.

매단 열차가 많으면 제동기술도 달라져야 한다. 열차를 멈추는 데 더 많은 힘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장대편성 열차 제동장치 기술이 적용된 이유다. 

동북아공동화차 주행 시험은 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에 추가로 설치된 표준궤와 광궤, 가변궤가 섞인 시험선로 270m에서 실시됐다. 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는 충북 청주와 세종 전동면을 잇는 길이 13㎞의 철도시험 전용선이다. 지난 10년간 2,406억 원을 들여 지난 4월 개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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