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발레 자존심 싸움에 휘말린 '라 바야데르' - 흑인 분장이 왜?
미-러 발레 자존심 싸움에 휘말린 '라 바야데르' - 흑인 분장이 왜?
  • 나타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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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8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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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발레 공연시 흑인무용수 분장에, 미 ABT 흑인 무용수 "인종차별" 비난

해마다 연말에 '발레 시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 대표적인 클래식 발레의 하나인 '라 바야데르'(La Bayadere)에 무용수 분장이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발레.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년)가 1877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뒤 꾸준히 인기를 끈 작품이다. 

문제는 작품에 등장하는 흑인 무용수의 존재다. 처음 무대에 올릴 때부터 러시아에서는 흑인 무용수를 구할 수 없었기에 분장한 백인 무용수가 나섰다. 올해도 러시아 무용수가 분장을 한 채 나서기로 했고, 그렇게 무대를 준비했다.

문제가 된 볼쇼이 발레의 무용수 흑인 분장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14세 러시아 무용수가 인스타그램에 볼쇼이 발레단의 '흑인 분장 무용수' 사진을 올리자,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진 것. 게시물은 수많은 악성 댓글에 삭제됐지만,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37)가 "볼쇼이 발레단의 흑인 분장은 인종 차별"이라고 비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0)가 "흑인 분장은 정상이며 예술"이라고 맞받아쳤다. 두 수석 무용수가 속한 ABT와 볼쇼이 발레단은 세계 5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곳. 두 발레 명문가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코플랜드가 삭제된 '흑인 분장 무용수' 사진의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올리자 6만4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어린 소녀들을 까만색 분장으로 괴롭힌다'는 댓글이 달렸다. 볼쇼이 발레단의 자하로바는 16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흑인 무용수가 없는 우리 발레단 입장에서는 흑인 분장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이것은 예술이다. 이상한 것은 없다"고 맞섰다.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ABT 발레단 코플랜드와 볼쇼이 발레 자하로바/러시아 방송 캡처

 

코플랜드는 지난 2015년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ABT 수석 무용수 자리를 따낸 발레리나이고, 자하로바는 고난도의 발레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발레 여신'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두 발레리나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예술관 싸움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블라디미르 우린 단장은 "분장에서 모욕감을 느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우리는 140년이 넘게 국내외에서 라 바야데르를 수천 번도 더 공연했는데, 누구도 불편한 마음으로 비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라 바야데르를 만든 프티파는 프랑스의 '848년 혁명'의 어수선함을 피해 러시아로 건너가 러시아를 발레 강국으로 키우는데 일조했다. 그가 1877년 볼쇼이 극장에 처음 올린 라 바야데르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자하로바 무용수는 '니카야' 역할을 맡아 '발레 여신'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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