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멈출 뻔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막판 타결에 성공
새해부터 멈출 뻔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막판 타결에 성공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19.12.3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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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의 우크라이나 제공및 운송계약, 5년 기한으로 재계약, 물량은 줄어
러시아~독일 새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완공 연기로 러시아측 자존심 접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천연가스가 자칫 우크라이나 땅에서 막힐 뻔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체결된 천연가스 공급및 수송 계약이 올해 말로 끝나는데, 막판까지 계약의 연장 여부를 놓고 밀당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유럽연합(EU)의 중재로 협상은 가까스로 타결됐다.

협상타결로 러시아 가스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았다/얀덱스 관련 기사 캡처
러-우크라 가스운송계약에 서명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스가 새로운 가스 공급및수송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새 계약서에 서명했다.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도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한 대형 패키지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나프토가스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자국에 설치된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전달하고, 일부는 자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가 얻는 가스 수송의 대가는 연 최대 70억 달러(약 8조1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새 계약은 기존의 10년 계약에서 5년으로 줄었으며, 공급 물량도 내년 650억㎥로 시작해 2024년에 400억㎥까지 단계적으로 250억㎥이 줄어든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바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Nord Stream 2)' 가스관이 곧 개통될 것을 감안한 기간과 물량이다. 과거와 달리 양측이 막판까지 밀당을 계속한 이유다.

러-우크라, 새해 1일부터 가스 운송에 관한 문서에 서명

 

'노르트스트림2'은 당초 올해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반발로 늦춰졌다. 급해진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측에 기존 계약을 1년 연장하거나, 새로운 단기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장기계약을 원하는 우크라이나가 거부한 것은 당연지사. EU의 중재에도 양측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같은 정치적 이유가 바닥에 깔려 있었으나, 눈에 보이는 건 자존심 싸움이었다.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러시아측을 향해 제기한 각종 법적 조치의 철회 여부가 관건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버텼고, 러시아는 스톡홀름 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보상금 29억1800만 달러(약 3조3749억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대신 우크라이나 반독점위원회가 지난 2016년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공정경쟁을 해쳤다며 가즈프롬 측에 부과한 34억 달러 벌금의 무효화는 얻어냈다. 또 EU 집행위의 반독점 행위 조사도 철회됐다. 

중재재판소 보상금 소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측의 일방적인 운송 물량 축소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것이다. 유럽 '가스 전쟁'의 후유증이다. 스톡홀름중재재판소는 지난해 2월 가즈프롬이 '가스 전쟁' 와중에 운송 물량을 줄여 나프토가즈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2014, 2015년에 가스 수송대금 25억60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러시아측은 중재재판소 판결을 끝까지 수용할 수 없다며 버텨왔으나, 새 운송계약의 타결을 위해 자존심을 접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일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수출을 위한 수송 서비스의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의 국영 원유 파이프라인 운영회사 '우크르트란스나프타'와 러시아 '트란스네프티'는 이날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에서 원유 경유 서비스 제공 계약 기간을 2020년 1월 1일부터 2030년 1월 1일까지 연장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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