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 벨라루스 30년만에 다시 새로운 길 모색할까?
러시아와 우크라, 벨라루스 30년만에 다시 새로운 길 모색할까?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1.05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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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소련 해체 '벨라베자 조약' 체결 - 내년이면 30주년
러, 벨라루스 원유 공급 중단- 심상치 않는 3국관계 재설정 시동

소련이라는 첫 사회주의 연방국가의 간판을 마지막으로 걷어냈던 핵심 3개 공화국,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가 새해 들어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 28년쯤 전인 1991년 12월 러-벨라루스-우크라 3국은 소련을 대체하는 새로운 연방을 구성하는 '벨라베자 조약'을 체결, 소련의 마지막 숨통을 죘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임을 발표했고, 소련은 그 생명을 끝냈다. 벨라베자 조약을 바탕으로 한 독립국가연합(CIS)는 불투명한 앞날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으나, 그 기능은 곧 마비됐다.

1991년 12월 8일 벨라베자 조약 조인식 장면/사진:위키피디아

 

2021년은 그로부터 딱 30주년이 되는 해다. 2020년 새해는 소련의 법통을 이어받은 러시아가 연방 해체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당시 독립한 일부 국가들도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배운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분열과 통합의 경제적 득실'을 따져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간의 3국 관계를 이런 역사적 측면에서 한번 살펴보자. 

우선 러시아와 벨라루스 관계. 지난해 막바지까지 양국은 소위 '국가연합'의 로드맵을 완성하기 위해 대통령부터 실무자까지 만나고 또 만났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2월에만 2차례나 만나 로드맵 합의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절충을 벌였다.

러-벨라루스 정상회담 / 사진출처:크렘린.ru

 

핵심은 에너지 가격과 조세 문제로 좁혀졌고, 선택의 선후만 남았다. 예를 들면 국가통합 로드맵에 합의를 하면 에너지 가격을 원하는 대로 낮춰주겠다(러시아 측), 에너지 가격을 낮춰줘야 통합문제에 합의하겠다(벨라루스 측)는 선택의 선후 대립이었다.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해를 넘긴 러시아는 새해 첫날부터 벨라루스로 가는 원유 공급을 끊었다. 적정한 국제 원유 가격으로 새로운 원유공급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원유를 공급할 수 없다는 협박이었다.

벨라루스는 지난 25년간 러시아로부터 싼 가격으로 원유를 들여와 가공한 뒤 비싼 가격으로 주변 국가에 팔아 수익을 내온 터라, 국가 경제에 결정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러시아측이 가끔 에너지 공급 가격을 인상하기 했으나, 그래도 버틸만했는데 이제는 아예 공급 자체를 중단한 것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원유 공급 가격 다툼으로 이해하면 너무 단견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측은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원유를 사가든지, 아니면 통합조약 로드맵에 합의하라는 최후통첩 카드로 봐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월 '국가연합' 로드맵 담판을 위해 루카센코 대통령과 만났을 때, 양국 간 긴밀한 경제통합없이는 더 이상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에너지 값 인하)하지 않겠다고 통고했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석유와 가스 공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가통합)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부 관리들에게 러시아 석유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도록 지시했다. 

양국 정상간의 충돌은 새해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에너지 전쟁'의 시발점이 된 게 분명해 보인다. 벨라루스는 원유 비축분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영 석유·화학 기업 콘체른(연합체) '벨네프테힘'은 어쩔 수 없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이는 곧 국가 외화수입의 커다란 감소로 이어진다.   

벨라루스로 원유공급이 재개됐다/얀덱스 관련기사 캡처

 

다행히 양국은 긴급 총리급 회담을 통해 4일부터 원유 공급을 부분적으로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이상 직접 충돌하지 않고 냉각기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러시아는 연방 붕괴 30주년을 앞두고 벨라루시와의 국가통합 로드맵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유럽연합(EU)와 나토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우선 벨라루시와의 경제통합에 이은 국가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벨라루스측은 기존의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이해관계 충돌은 새해 벽두 원유공급 중단으로 나타났지만, 올 한해 내내 희비쌍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벨라루시와 달리 러시아에 적대적 노선을 드러낸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이후 대러 관계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새해 들어 우크라이나의 대러 화해정책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대선 공약에 명시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 노르망디(러-우크라-독-프랑스) 4자 회담에 적극 임하고,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정부군과 반군간 포로 맞교환에도 앞장서 왔다. 양측은 새해 들어 정상회담 등을 통해 돈바스 지역 분쟁 종식의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관계의 재설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역시 러시아가 이미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자치 행정 수위다. 러시아 측은 노르망디 4국회담의 민스크 합의 정신에 따라 돈바스 지역에 과감한 자치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러시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돈바스 지역과 또다른 '국가연합'을 꾀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이 중앙정부의 통치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자치권은 중앙정부의 권위를 인정하는 범위내에서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이상, 러-우크라 협상은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임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달리 젊고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이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변 상황을 통제하면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분쟁지역을 중립지역으로 두면서 EU와 나토에 가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새해 우크라이나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핵심 포인트다.

궁극적으로 돈바스 지역은 국민투표를 통해 친러시아국가로,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하는 것이 현재 3국이 모색중인 새로운 길의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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