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개헌 제안 내용을 뜯어보니 - 의회 권력의 강화로 정치 체제 구조 변화
푸틴 대통령의 개헌 제안 내용을 뜯어보니 - 의회 권력의 강화로 정치 체제 구조 변화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1.16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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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0년만에 "더 이상 대통령 않겠다" 선언, 옐친 식 기존 대통령제 포기?
총리등 내각 임명권, 권력기관 장 임명승인권 등 대통령 권한의 의회 분점

집권 20년을 맞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헌법 개정을 통해 러시아 정치체제의 바꾸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해 국정연설에서 지난 1993년 채택된 헌법의 틀에서 부분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자고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 모습/사진:크렘린.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가 제안한 개헌항목은 크게 7가지다. 국내외 언론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동일 인물의 대통령직 3연임 금지' 조항도 개헌 항목에 들어 있다. 그는 "'같은 인물이 연속해서 두 차례 이상 대통령직을 맡아서 안된다'는 헌법 제81조 3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나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동의'는 이 조항에서 '연속해서 подряд'라는 단서를 삭제하자는 뜻이다. 삭제하면 앞으로는 어떤 사람도 대통령직을 2번이상 할 수 없게 된다. 푸틴 스스로도 더 이상 대통령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대신에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국가두마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дума과 연방의회Совет Федерации)로 대폭 넘길 것을 그는 제안했다. 하원격인 국가두마는 총리와 각료 임명권을 갖고, 상원격인 연방의회는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해임 건의권, 정보기관인 FSB 등 소위 '권력기관'의 장에 대한 임명 승인권 등 대통령의 인사권을 나눠갖는 안이다. 푸틴의 뜻에 따라 헌법이 개정되면,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권리를 갖게 된다.

푸틴, 러시아 정치체제 변경 제안 - 어떤 미래를 담았나?/현지 언론 캡처

 

의회의 이같은 권한 강화는 자칫 국가 정치체제를 '2원집중제나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해석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그는 "강력한 대통령제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면서 "광대한 영토와 복잡한 민족구성을 가진 러시아는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정상적으로 발전하거나 안정적으로 존재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옐친 전 대통령이 소련의 해체 직후 국가적 혼돈 상황의 빠른 종식을 위해 1993년 헌법을 통해 과도하게 집중시킨 대통령 권한을 대폭 내려놓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옐친 전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저항하는 의회를 향해 1994년 10월 탱크를 동원해 포격하는 등 힘으로 의회를 굴복시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20년만에, 또 러시아 출범 28년만에  '정상적인 국가'의 틀 개조를 선언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번 개헌 제안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주요 인사들의 자격 요건도 한층 강화하자고 했다. 대통령 후보 자격은 '러시아에서 25년 이상 거주하고(현 헌법은 10년) 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총리와 장관, 주지사, 의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은 외국 국적 및 영주권 보유를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권 강화를 위해 국제법과 국제조약이 러시아 헌법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에만 유효하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을 국내법보다 우위에 두는 현행 헌법 조항을 고쳐 러시아 내 사법 판단에 대한 국제적 간섭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외에 주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강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평의회 Госсовет의 헌법 기관화, 최저임금의 기준 등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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