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저녁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지금쯤 이르쿠츠크를 지나 크라스노야르스크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바이칼 호수 동쪽 연안에 있는 울란우데에서 내렸고, 열차 안에서 만난 20대 한국 여행객 대부분은 바이칼 호수 서쪽 연안의 이르쿠츠크에서 내린다고 했다. 이르쿠츠크를 통과한 열차는 나머지 여행객들은 싣고 모스크바로 향해 내쳐 달릴 것이다.
이 열차엔 탄 한국인 여행객 수를 정확하게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20여명 정도다. 우리 같은 늙다리를 빼면 전부 20대 젊은 층이다. 열차는 탄 사연은 가지각색. 하지만 젊은이답게 러시아인들이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공개된 공간의 6인실, 쁠라쯔까르트에 타고 있다. 가격도 싸고 많은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비좁은 공간에서 어렵게 한-러시아 번역기를 돌려가며 옆 사람들과 대화를 즐기는 모습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우수리스크에서 러시아 군인 일행이 열차에 올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와 바디랭귀지, 번역기로 대화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분명히 고달픈데 고달픈 기색이 전혀 없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즐기며 긴 여행을 계속하는 그네들의 젊음이 부럽기만 하다.
짧은 정차역에서도 한국 여행객들은 함께 모여 그 순간을 즐겼다. 그 모습 어디에도 '우한 폐렴' 공포는 찾을 수 없다. 좁은 열차 공간보다 쉽게 말문이 터지는 크고 작은 정차역들은 끊임없이 오고 또 지나갔다. 거추장스런 마스크마저 벗어 던지니, 찬 공기가 오히려 상쾌하다.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안겨주는 작은 즐거움이자 큰 해방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