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국부' 나자르바예프의 외손자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다? 왜?
카자흐 '국부' 나자르바예프의 외손자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다? 왜?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2.16 0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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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마약등 개인 병력' '어머니 다리가의 욕심 후유증' '반 나자르바예프 세력의 음모' 등 분석

장기 집권에서 물러난 뒤 안정적인 '상왕' 지위를 누려온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 집안에 무슨 사단이 나긴 난 모양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외손자 아이술탄 나자르바예프(29세, 엄마의 성?)이 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한다.

아이술탄은 지난해 3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엘바시'(국부, 상왕)의 외손자다. '엘바시'는 국가안보회의 의장직과 집권당 총재직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손자가 왜 망명을? 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손자 아이술탄/유튜브

러시아 언론은 그 이유를 대체로 △아이술탄의 마약 전력및 개인 병력 △아이술탄의 어머니이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상원의장의 욕망 △반 나자르바예프 세력의 조종설 등을 들었다. 

다리가 (나자르바예바)의 둘째 아들인 아이술탄은 영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카자흐스탄 국방부 총정찰국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그는 마약을 투약한 상태로 자살 소동을 벌이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깨무는 등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법원으로부터 1년 징역형(집행유예)과 함께 벌금, 지역봉사활동 등을 선고받았다. 

그는 마약 투약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2015년부터 마약에 손을 댔으나 이후 중독을 극복했다"고 썼다. 하지만 지난해 사건만 보더라도 그는 마약을 완전히 끊지 못했거나, 다시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신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중앙아시아 문제 전문가 아르카디 두브노프Аркадий Дубнов는 러시아 언론과 회견에서 "아이술탄의 병력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카자흐스탄 국가 문제로 비화하는 듯하다"며 "어머니 다리가는 지금이라도 정치 사회적 활동을 접고 아들의 병을 고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술탄/사진출처:ZIB

아이술탄은 영국으로의 망명 신청 이유로 "자신이 알고 있는 러시아-카자흐스탄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족들이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서 비리란, 러시아-카자흐 정부가 연 15억 달러 상당의 가스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빼돌린다는 계약을 말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영국의 정론지 '터 타임스'와 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아이술탄의 장인 '카이라트 보란바예프' Кайрат Боранбаев는 카자흐 에너지 기업 '카즈로스가스' "КазРосГаз 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러-카자흐 정부간 대형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러-카자흐 가스 계약에는 아이술탄의 어머니 다리가와 장인 카이라트 보란바예프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숨어 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재계 등에서 끝없이 욕심을 드러내던 다리가는 이 계약마저 먹으려고 나섰다고 한다. 그 과정에 아이술탄이 끼어들었다는 것. 친가와 처가의 싸움에 뛰어든 셈이다.

아이술탄은 어머니의 과도한 욕심을 막기 위해 2016년 외할아버지인 나자르바예프 당시 대통령에게 호소겸 경고를 전했다고 한다. 손자의 이야기를 들은 나자르바예프는 장녀 다리가를 부총리직에서 해임한 뒤 상원의원(현재는 상원의장)으로 강등(?)시켰다는데,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아이술탄은 어머니 다리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사진:ZIB

다리가의 삶도 '보통 여인' 기준으로는 평탄치 않았다. 카자흐 '누르방크' 의 대주주인 라하트 알리예프와 결혼했으나, 남편은 2015년 2월 오스트리아 빈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남편은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카자흐 금융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납치한 혐의를 받자 오스트리아로 도피했으나 2014년 오스트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카자흐 정부로부터 신병인도 요구를 받자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나자르바예프' 세력이 아이술탄을 이용해 '나자르바예프 가문'의 퇴진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세력에는 '재벌' 카이라트 보란바예프도 끼어 있다고 한다. 보란바예프의 재산은 8억5,500만 달러(포브스 추정)에 이를 정도니, 토카예프 대통령 등 새 정치 권력과 결탁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사돈인 다리가 상원의장에게 맞서려면 사위인 아이술탄을 적절하게 이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아이술탄은 아내 알리마 보란바예바 사이에서 아들 술탄이 낳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친가와 처가의 싸움에 엉켜 있는 셈이다. 망명 이유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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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20-02-17 05:13:19
아이술탄의 가족 관계를 잘못 파악해 처음 올린 글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페북 친구분이 지적해 주셔서, 다시 확인한 뒤 수정했습니다. 감사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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