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신종 코로나' 안전지대인 러시아에 대한 우리 언론의 시각은?
사실상 '신종 코로나' 안전지대인 러시아에 대한 우리 언론의 시각은?
  • 이진희 기자
  • 승인 2020.02.1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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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달 중국 하이난을 다녀온 러시아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자 격리 시설의 도어록(잠금 장치)를 부수고 병원을 탈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경찰에 맞서고 있다.

#장면 2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처럼 행동하며 지하철 승객들을 혼란을 빠뜨린 한 남성 유튜버가 체포됐다. 모스크바 법원의 유치 결정에 따라 내달 8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됐다. 

국내 언론에 최근 보도된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다. CNN, BBC, AP통신 등 서방 외신을 인용한 보도다.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토픽성(?)' 기사에 불과한데,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보도됐다. 러시아는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전무해 국제보건당국의 관심 지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사건(?)이 러시아에서 일어나면, 우리나라에선 기사가 되는지 궁금할 뿐이다. 

모스크바 지하철 신종 코로나 환자 행세/MBC캡처
사진출처:트위터

 

보도된 상황을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보자. 
14일 현재 신종 폐렴 확진자는 미국 15명, 캐나다 7명 등 북미 지역에서 20명을 넘어섰고, 유럽에서도 독일 16명, 프랑스 11명, 영국 9명 등 모두 44명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중국인 확진자가 2명 나왔으나, 모두 완쾌돼 퇴원했다.

어느 모로 보나,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은 북미대륙이나 유럽보다 낮다. 유럽이나 미국이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환자를 어떻게 수준높게(?) 격리 조치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격리되는 당사자로서는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 언론을 샅샅이 뒤져보면 비슷한 사건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다. 더욱이 감염환자 행세는 부산 지하철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자가격리조치를 취한다. 모든 의심환자를 병원에 격리 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병원을 탈출했다'는 러시아 여성 알라 일리냐(32)가 우리나라에 거주했다면, 자가격리 대상자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그녀를 굳이 병원에 격리시켰다. 일리냐는 "세 차례 검사 결과 모두 완전 내가 건강하다고 나왔는데 도대체 왜 격리돼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러시아 당국의 가혹하리 만큼 엄격한 관리라고 해야 옳다. 그 덕분에 러시아에선 확진 환자가 2명에 그쳤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중국에서 건너온 유학생이다.

그녀는 채 준비되지 않는 격리 병실에서 지내기가 따분하고 무료했을 것이다.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격리 병실의 열악한 실태와 부실한 환자 관리 실태가 어쩌구..' 하는건 웃기는 이야기다. 러시아 병원의 낙후된 시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히려 너무 엄격한 의심 환자 관리가 낳은 후유증이다. 엄격함의 기준이 인권과 맞닿아 있다면, 또다른 이야기다.

러시아 당국은 또 지하철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행세를 한 유튜버를 사실상 구속조치했다. 같은 장난을 한 우리나라의 강모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 차이는 역시 엄격한 질서 유지 기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사례가 '강모씨 따라하기' 였기 때문일까?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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