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이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왔다. 전북 군산경찰서 측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청년은 아버지를 만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런 장면 아닌가?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한때 아버지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 이웃들.
어렵사리 아버지를 만난 그 청년은 군산에서 살다가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를 따라간 경우다. 우리나라는 이혼하면 아버지가 자녀를 키우는 게 대다수이지만, 러시아는 그 반대다. 주로 어머니가 자녀 양육을 도맡는다. 그러다보니, 그 청년도 2007년 러시아로 건너갔고 13년이 훌쩍 지났다.
올해는 한소(러시아)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농어촌 지역으로 러시아권 여성들이 대거 이주해온 지도 벌써 20년쯤 됐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 등으로 러시아로 다시 돌아간 이주여성들도 적지 않을 터인데, 함께 러시아로 간 자녀가 장성해 아버지를 찾아오는 경우가 비단 이 청년 뿐일까 싶다.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대신, 러시아말로 '스빠시바'라고 인사했다는 러시아 청년을 보며 러시아권 결혼이주 세대가 남긴 '국제 결혼'의 후유증을 실감한다. 어디 이 청년뿐이겠는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들의 불행한 결말을 수 없이 듣고 봤지만, 러시아권 이야기라 또 눈길이 간다.
저작권자 © 바이러시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