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베리아횡단열차 - 울란우데서 내리길 잘했다
뉴-시베리아횡단열차 - 울란우데서 내리길 잘했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2.25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흘만에 짐을 꾸려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내렸다. 바이칼 호수 동쪽에 있는 울란우데다. 몽고 사람보다 더 한국인을 닮은 '부랴티야'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바이칼 호수의 관광 관문인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서쪽에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울란우데를 지나 바이칼 호수의 남쪽 연안을 U자 형으로 달려 서쪽의 이르쿠츠크로 간다.
 

울란우데역. 아침 8시에 내렸지만 아직 어둠이 다 물러가지 않았다.

열차에서 같은 꾸뻬를 썼던 젊은 신혼 부부는 전날 밤 11시 치타(치타주 주도)에서 작별했다. 밤에 내린 부부는 다음날 아침 6시 첫 버스를 차고 3시간을 더 달려야 집에 도착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이 글(초안)을 쓰는 지금도, 집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가 시베리아인 탓도 있지만, 러시아가 워낙 넓기 때문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1주일을 달리면 서쪽 모스크바에 도착하지만, 그건 넓은 땅 위에 금 하나 긋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예약한 호텔은 다행히 울란우데역에서 멀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지만, 비성수기인 탓인지, 체크인 시간 12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방 키를 내줬다. 오랜만에 답답한 열차가 아니라 넓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좋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니, 약간의 피곤이 몰려왔지만, 아침 밥도 해결할 겸, 바깥으로 나갔다. 영하 30도. 추위를 물리치기 위해 완전무장이 필요한 도시다.
 

울란우데의 상징과도 같은 레닌 얼굴 동상
레닌상 앞에 펼쳐진 중심 광장. 얼음조각들이 광장 곳곳에 서 있다. 2020년 새해 맞이 행사용 전시로 보인다.

시베리아의 넓은 땅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은 곳, 울란우데. 작은 도시다. 인구를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블라디보스톡의 절반도 안될 거 같다. 거대한 레닌 얼굴 동상이 서 있는 곳이 시 중심 광장이다. 부랴티아 공화국 정부청사 등 관청 건물들이 광장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그 반대편엔 오페라 발레극장과 호텔, 백화점들이 마주보고 서 있다.

울란우데 오페라 발레극장. 공연이 없는 날에 도착해 아쉬웠다

중앙광장에는 '2020 새해 맞이' 행사 기념물 일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추운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모형의 얼음 조각들이 광장를 '얼음 공원'으로 만들었고, 얼음으로 만든 썰매장엔 아이들이 신나게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순전히 얼음으로 만든 썰매장.

밤 야경은 그나마 볼 만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한 가족은 썰매를 즐기고 있었다.
 

얼음광장의 화려한 야경

중앙광장에서 좌우 고민하지 말고 큰 길을 따라 내려가면 개선문을 거쳐 아르바트 거리에 닿는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마찬가지로 거리 이름이 아르바트는 아니다. 레닌거리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그곳을 아르바트라고 볼렸다. 

눈으로 덮힌 그 거리는,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젊은이들을 위한 젊은이들의 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도로 양쪽에 나란히 서 있는 아담한 2층 건물 가게. 고풍스런 맛을 남기지만, 도시 크기에 맞는 작은 사이즈다. 선뜻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은 나지 않는다.
 

울란우데 젊은이의 거리- 아르바트. 영하 30도의 추위에 현지 사람들도 움추리며 걷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