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수교 30주년에 '북방협력의 문'이 닫히고 있다?
한러수교 30주년에 '북방협력의 문'이 닫히고 있다?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2.27 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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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한국과의 항공편 운항 제한, 여행및 방문 자제 권고
한달 전 중국에 대해 취했던 조치, 그대로 한국에 적용

한러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껏 들떴던 '북방협력의 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로 막힐 판이다. 러시아는 26일 한국과의 연결 항공편을 아에로플로트와 자회사 아브로라(오로라)로 제한하고, 자국민을 향해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한달 전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에 대해 내놓았던 제반 조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개인 목적의 입국금지 조치다.   

러, 한국과의 항공편 제한
외무부,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방문 자제 권고/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이날 "3월 1일 0시부터 아에로플로트와 오로라 항공사를 제외한 다른 항공사들의 한국-러시아 노선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에서 오는 항공편은 모스크바 세레메체보 국제공항의 F터미널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F터미널은 '우한 폐렴' 사태가 터진 직후, 러시아 방역당국이 중국발 항공편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 위해 지정, 운영하는 곳이다. 한국발 항공 승객에 대한 검역도 중국발 승객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뜻이다.

한-러 양국을 잇는 항공편은 현재 아에로플로트와 오로라 항공 외에 시베리아 항공(S7)과 야쿠티야 항공이 있다. 오로라 항공은 극동 사할린에 허브 공항을 두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으로 취항하고 있으며, S7은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야쿠티야 항공은 북부 야쿠티야 공화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의 항공편 제한조치로, 대한항공의 모스크바 노선은 어떻게 되나 궁금/사진:픽사베이

러시아의 항공편 제한 조치에 따라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러시아 노선운항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등으로 가는 승객들은 당장 운항편 중단 혹은 축소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계운항 스케줄에 따라 3월 하순부터 러시아 정기항로를 재개할 계획이던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운항 스케줄도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러한국대사관 측은 러시아의 항공편 운항 제한 조치에 대해 "모스크바-서울 노선은 유지되고, 극동 등 러시아 지방 도시와 한국을 잇는 항공 노선만 폐쇄된다는 뜻"이라며 "모스크바-서울 노선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은 계속 운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주재 대한항공 지점 관계자도 "항공편 운항 중단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중국에 대해서도 이달부터 항공 교통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홍콩 등 4개 중국 도시로 취항하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의 정기 항공편과 모스크바 취항 '에어차이나' 등의 정기 항공편 외에 모든 항공 노선을 잠정 폐쇄했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모스크바 노선 운항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로의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이 조치로 한국 등으로의 관광상품을 구매했던 여행객들은 위약금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중국으로의 여행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연방대학은 한국과 일본 등 외국인 유학생 일부에 대해 격리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16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진행, 의심 증상을 보인 6명을 격리 조치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내에서는 아직 신종 코로나 러시아인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랄산맥 인근 튜멘주와 동부 시베리아 자바이칼주 등에서 나왔던 중국인 감염자 2명은 이달 중순 모두 완치돼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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