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일찍 움직이는 북극 곰 - 인간사회에도 위협이다
지구 온난화로 일찍 움직이는 북극 곰 - 인간사회에도 위협이다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20.03.16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쪽 결빙지역이 줄면서 물개 사냥이 힘들자 먹이 찾아 이동
수컷 곰이 암컷과 새끼를 공격하는 '생존경쟁'도 더욱 치열해

북극 곰들의 수난시대다. 기후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 동면에 들어간 곰들이 예년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 먹이를 찾아 배회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곰의 주요 서석지인 러시아에서 핀란드, 캐나다에서 이르기까지 곰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곰 목격담이 너무 일찍 나오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깊은 동면이 아직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본 문제는 기후 온난화 현상이라고 한다.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대륙의 12월~1월은 가장 따뜻했던 겨울로 기록될 판이다. 러시아 기상학자 로만 빌판드는 "러시아의 겨울 월평균 기온도 올라가고 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모스크바의 1월 평균기온이 2도나 상승했으며, 지난 12월엔 130년 만에 가장 따뜻했다"고 밝혔다. 

깨진 얼음위에 앉아 있는 북극곰/사진:세베르초프 연구소 홈페이지

야생동물 전문가 앨런 라이트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북극 곰들에게는 수난을 안겨주고 있다"며 "먹이를 찾아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주로 2~4월에 태어난 새끼 곰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자칫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먹이가 부족하면 굶주린 북극 곰들 사이에 서로 죽고 죽이는 현상도 더욱 많이 나타난다. 러시아 세베르초프 지구환경및 진화문제연구소의 북극곰 연구자인 일리야 모르드빈체프는 최근 북극 곰들간에 '서로 싸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극 곰의 사냥터였던 러시아 북쪽의 오비만과 바렌츠해 일대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먹잇감이 부족해지자 덩치가 큰 수컷이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을 습격하고 있다”며 "요즘 상당히 자주 확인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세베르초프 생태계및 진화문제연구소

두꺼운 얼음으로 덮혀 있던 오비만은 북극 곰의 주 서식지였지만, 이제는 얼음이 많이 녹았다고 한다. 먹이감인 물개 사냥이 힘들어지면서 북극 곰들간에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얼음이 자꾸 녹는 것은 날씨가 따뜻해진 데다 인근 야말반도의 가스전 개발 등 북극해 개발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죽음을 부르는 북극 곰들간의 싸움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그 현장으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그만큼 목격자가 늘어난 탓일 수도 있다. 세베르초프 지구환경및 진화 연구소는 북극 곰의 움직임에 대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뿐아니라, 북극권에서 일하는 유전 노동자와 군 관계자들로부터도 정보를 얻고 있다. 

북극 곰의 생존은 날씨가 따뜻할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북극해의 여름철 해빙 면적은 최근 25년 동안 40%나 늘어났다. 얼음(유빙) 위에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장소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사냥터를 떠나 이동하는 북극곰도 자주 목격됐다. 지난 겨울에도 육지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해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유빙을 타고 물개를 계속 사냥할 수 없다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죽이든가, 인간이 사는 육지쪽 혹은 더 북쪽의 얼음섬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미 서식지 감소로 북극 곰과 인간 사회와의 접촉도 늘어나고 있다. 동면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자치구 한 마을에 50마리가 넘는 북극 곰들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 나타났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아르한겔스크주 노바야제믈랴 부근에서는 수십마리 북극 곰들이 마을로 접근하기도 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아직도 “많은 수의 북극곰이 마을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본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르지 않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의 결빙 지역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서식지가 충분히 얼기 시작했거나, 여전히 얼어 있다면 그 곳에서 '얼음 사냥'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지만, 얼음이 없으니 먹이감을 구하지 못해 굶주린 북극곰들이 마을까지 오게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 사회에도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최상위 포식 동물인 곰은 자기들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먹이를 찾아 자꾸 인간사회로 다가오면, 그만큼 서로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일으키는 또 하나의 환경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