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 광팬들이 내건 코로나 현수막 - "축구에 감염, 제니트를 위해 죽겠다"
러시아 축구 광팬들이 내건 코로나 현수막 - "축구에 감염, 제니트를 위해 죽겠다"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20.03.16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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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제니트 팬들 주말 경기장에 현수막 내걸고 '경기중단' '무관중 경기' 반대
모스크바 체카 팬 "바이러스는 나에게, 내가 감염자" - 도가 넘는 팬심에 우려도

러시아의 축구 열기는 유럽의 여느 나라에 못지 않다. 경기에서 패했거나 진행에 문제가 있었을 때 홈팬들이 난동을 피우는, 소위 '훌리건'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전세계를 닥친 신종 코로나(COVID 19) 감염 사태에도 아직 꿋꿋하게 러시아 축구리그가 열리는 것도 광적인 축구 팬들의 존재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모스크바 체카 경기장에 나붙은 코로나 배너/사진출처:트위트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지난 주말(14, 15일)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 등 유럽 5대 리그가 모두 예정된 경기를 취소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유럽대항전 일정도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일부 선수와 감독, 구단 관계자 등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유럽의 축구가 멈춰선 듯한 분위기다.

물론 예외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리그가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행됐다. 아직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심각성을 못깨달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팬들의 광적인 열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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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주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에는 관심을 끌만한 신종 코로나 관련 현수막(배너)이 등장했다. 현수막에는 "우리는 축구를 위해 죽을 것", "바이러스는 나에게, 난 그 전파자"라고 적혀 있었다. 무관중 경기나 경기 중단은 안된다는 무언의 항의라고 볼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니트와 우랄FC의 22라운드 경기에는 수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일일이 발열 여부를 체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가 1천명 이상의 대중 행사를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에 제니트 팬들은 "관중이 없는 축구는 축구도 아니다"며 "우리는 축구(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제니트를 위해 죽는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홈팀을 응원한 것이다. 제니트는 이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우랄FC에 7대1 대승을 거뒀다. 

15일 모스크바서 열린 체카(ЦСКА)와 우파(Уфа)전 경기장에는 직역하면 "바이러스는 나에게, 난 그 전파자"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체카 응원단' 만 감염시킬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경기는 0대0으로 비겼다. 

러시아 축구팬들의 신종 코로나 현수막은 경기 중단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프로축구 리그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는 지난 주말 경기를 끝으로 17일부 경기의 중단 여부를 고심중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모스크바는 5천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뒤따를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광적인 팬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대한 감염 전문가들의 우려도 감지된다. 그 아우성도 결국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묻힐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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