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80루블도 무너졌다 - 4년전 위기감 데자뷔?
루블화,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80루블도 무너졌다 - 4년전 위기감 데자뷔?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19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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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경제제재 + 국제유가 하락 겹친 2015~16년 루블화 반토막 - 85루블까지
'신종 코로나 팬데믹 + 유가 폭락 + 미국증시 불안' 현실은 4년전보다 더 어렵다?

국제유가는 바닥을 모르는 듯 떨어지고, 러시아 루블화는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뚫렸다. 신종 코로나(COVID)는 하루에 두 자리수 확진자를 계속 낳고 있는 게 '러시아의 지금'이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유행)에 전세계가 휘청거리면서 러시아도 경제사회적 위기속으로 급속히 빠져드는 느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블화는 18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80.01루블까지 치솟았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87.66루블을 기록했다. 서방의 경제제재(2014년)에 국제유가 추락까지 겹치면서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제유가와 루블화 흐름 삽화 /현지 ГОРОДОВОЙ 방송 화면 캡처 
지난 한달간 루블화 환율의 오름세 그래프(달러당 64루블에서 80루블로), 오른쪽은 최근 10일간 루블화 환율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이날 전장보다 11% 이상 하락한 830.44까지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국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번져나가고 있다. 주요 슈퍼마켓의 식료품 선반이 지난 주말부터 부분적으로 비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내각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대책을 점검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식료품은 충분하니 미리 사둘 필요가 없다"고 사재기 자제를 촉구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발언이 '위험한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민들은 서둘러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 식표품 선구매(사재기) 자제 촉구/현지 언론 캡처

18일 하루만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30여명이 더 늘어난 것도, 루블화 가치가 추락(달러당 80루블)한 것도 러시아가 '사재기'에 나서는 근본적인 이유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 선에 머물면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80루블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부터 4년전 쯤인 2015년 말~2016년 초의 데자뷔(재현)다. 당시 국제유가는 20달러대로 떨어졌고, 루블화는 85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루블화 달러당 80루블로/얀덱스 캡처

당시나 지금이나 달러당 80루블이 러시아 금융당국에게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2014년 3월)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등 서방 측이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를 취하고, 국제유가마저 추락하면서 루블화 가치는 거의 반토막났다. 달러당 70루블도 쉽게 뚫리던 그때, 80루블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장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가 달러당 80루블을 넘어서면 시장 개입을 시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의 하락과 신종 코로나 팬데믹, 미국 증시의 폭락 등이 겹친 현 상황이 4년 전(2016년 1월 달러당 85달러)보다 더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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