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련을 패배로 이끌었나? 그 역사를 다룬 책 '1991 -소련해체..'
누가 소련을 패배로 이끌었나? 그 역사를 다룬 책 '1991 -소련해체..'
  • 김진영 기자
  • buyrussia1@gmail.com
  • 승인 2020.03.21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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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말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소련 공산당 강경보수파들이 주도한 쿠데타가 '3일 천하'로 끝난 뒤였다. 현장 취재를 위해 얼른 모스크바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소련 입국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엘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민주화 세력에 밀려 탱크를 앞세운 공산당 쿠데타가 거짓말처럼 실패하고,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은 다시 크렘린으로 돌아왔지만, 역사의 흐름은 바뀌고 있었다. 소련 국민의 눈도 공산당 권력의 상징인 크렘린보다 역사적 현장이었던 '벨르이 돔'(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 건물)으로 향해 있었다.

엘친 당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의 집무실이 있던 '벨르이 돔' 주변에는 얼마 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그 주변에서는 옐친이 목에 힘을 주고 크렘린을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얼마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권력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쯤 뒤인 12월 25일 오후 7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 해체'를 선언했다. 엘친이 주도하는 독립국가연합(CIS) 창설은 '소련의 존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크렘린에 게양된 '낫과 망치의 붉은 깃발'은 러시아의 전통 3색기로 교체되면서 소련은 막을 내렸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세력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을 습격한 지 74년여만에 초강대국 미국과 오랫동안 자웅을 겨뤘던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공산 혁명'과 '공산주의 실험'은 왜 실패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책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모던 아카이브 발행, 672쪽, 3만5천원)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의 저자가 쓴 '냉전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그는 이미 '1945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1962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을 펴낸 바 있다. 

저자는 '소련 붕괴의 서막'을 19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결정으로 본다. 가장 강력한 '제국'을 형성했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 시절이다. 그러나 아프간 침공으로 이듬해 1980년에 열린 모스크바올림픽은 서방 진영의 불참 보복 조치에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했다. 긴 전쟁마저 '이기지 못한 채' 철군했다.

책은 브레즈네프 서기장을 비롯해 소련의 체제 개혁에 나선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무너뜨린 엘친 러시아 대통령,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냉전의 주역'을 다룬다. 또 레흐 바웬사 자유노조 지도자가 이끈 폴란드 레닌조선소 파업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긴박한 역사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연대순에 따라 모두 4부 58장으로 구성된 책은 '프롤레타리아의 반란', '체제의 반란', '민족의 반란', '공산당의 반란' 등 각 부의 제목만으로도 소련의 멸망 과정을 짐작케 한다. "공산주의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 패배한 것이 아니었다. 자멸했다"는 저자의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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