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러시아 교민들의 귀국 항공편 7일 뜬다 - 남은 사람들에게 한숨?
발 묶인 러시아 교민들의 귀국 항공편 7일 뜬다 - 남은 사람들에게 한숨?
  • 이진희 기자
  • 승인 2020.04.03 0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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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화물기를 여객기로 허가를 바꿔 귀국 교민들 160여명을 태운다고.

러시아에 발이 묶인 우리 교민들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잇따라 귀국한 이탈리아 교민들과 같은 대접은 아니지만, 귀국할 수 있는 길이 가까스로 열렸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러 한국대사관은 2일 귀국을 원하는 교민들을 운송하기 위해 오는 7일 모스크바발 인천행 특별 항공편을 운항하기로 러시아 연방항공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약 260석 규모의 대한항공 KE924편 여객기가 7일 오후 6시55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출발해 이튿날 오전 9시 40분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서울발 뉴스를 감안하면 현지 대사관과 한인회 등 관련 기관이 얼마나 머리를 짜내고, 애를 썼는지, 짐작이 간다. 모스크바로 가는 대한항공 소속 화물기를 현지에서 여객기로 운항 허가를 바꾼 뒤 교민들을 태우고 서울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허가 변경을 현지 대사관이 러시아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비행기/사진출처:대한항공

그렇다면 화물기가 어떻게 승객을 불편하지 않게 10시간 가까이 수송할 수 있을까? 1995년 말, 유고연방 내전 당시 유엔소속 화물 수송기를 타고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현재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로 취재를 갔던 경험으로는 10시간 비행은 끔찍할 것 같다. 화물수송기는 그야말로 짐을 많이 싣기 위한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스크바로 가는 대한항공 화물기는 일반 여객기라고 한다. 러시아 당국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대책으로 모스크바~인천 노선 운항을 중단한 뒤 기존 여객기를 화물 수송용으로 이용해 왔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모스크바 현지에서 화물기가 여객기로 운항이 변경되면서 대한항공 티켓 예약이나 탑승 수속 등은 기존 모스크바-인천 정기노선 항공편과 동일하다. 단 운임은 평소보다 엄청 비싼 편도 182만원으로 정해졌다. 또 탑승전 발열검사에서 체온이 37.5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세레메티예보국제공항/사진: 얀덱스

연합뉴스는 박형택 모스크바 한인회장을 인용, "귀국 희망 신청서를 낸 교민은 약 270명"이라고 전했다. 260석 규모이지만, 대부분의 희망자들이 특별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탑승 희망자들은 국가적 '자가 격리' 조치 등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 나선 러시아에서 더 이상 버티기에는 힘에 부치는 기업 주재원 가족들과 유학생, 출장왔다가 발이 묶인 기업인들로 알려졌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2일 '1주일간의 임시 공휴일'을 오는 30일까지로 한달 가량 연장했기 때문에 비행기편이 마련됐을 때 주재원 가족들은 하루빨리 귀국하는 게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러 한국 대사관은 "혹시 귀국 희망자가 많아 이번 특별 항공편에 모두 탑승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서울에 머무는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조만간 운항을 검토하고 있는 전세기편에 우리 교민들을 태워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민 귀국도 하루에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긴 겨울이 지나고 4월이면 모스크바 등 러시아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물론, 한인 상가에도 한국에서 올 손님들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기대는 커녕 살아남기 급급할 처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날 발표된 임시 공휴일의 연장 조치는 앞으로도 한달간 '러시아 전체가 올 스톱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이 급해 보인다. 어렵게나마 귀국하는 교민들 뒤로 현지에 남을 '한숨'들이 아련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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