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때아닌 '백색 카메라' 논쟁 - 사회적 감시체제의 문제다
모스크바에 때아닌 '백색 카메라' 논쟁 - 사회적 감시체제의 문제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4.15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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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에 '자가 격리' 위반자 속출, 15일부터 자동차 무단 통행 단속 강화
코메르산트지 "도로위 카메라를 이용해 단속" 보도 - "아직 그런 계획 없다' 반론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진자가 14일 2만명을 넘어섰다. 모스크바에서만 1만3천여명이다. 사람간 접촉에 따른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한달간 '휴무및 자가 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모스크바시는 '자가 격리' 2주차였던 지난 주엔 무려 350만명이 움직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모스크바 수도권 인구를 1천200만명으로 잡더라도, 최소 4분의 1 이상이 어떤 이유로든 '자가 격리'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주말(11~12일)엔 공원으로 나간 사람 등 약 5천명이 '자가 격리' 조치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모스크바에서 단속된 차량 무단 운행자/현지 TV 캡처

가장 큰 맹점은 역시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민들에 대한 통제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머뭇거리던 통행허가제를 15일부터 실시하기로 한 큰 이유로 보인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집 밖에서 이동할 경우, 자동차(택시 포함)를 이용하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모두 '통행허가증'을 소지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이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 통행으로 적발될 경우 벌칙금 최대 5천 루블(약 8만원)이 부과된다. 

그렇다면 자동차 단속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까? 음주운전 단속을 하듯이, 교통초소나 임시 검문소 등에서 경찰이 통행허가증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때 맞춰 모스크바시는 카메라의 교통 채증을 통해 통행 허가를 받은 차량인지 여부를 일일히 확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말도 안된다" "그런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는 언론도 다수다. 러시아 언론계 내부에서 때 아닌 (사회 통제용) '백색 카메라' 논쟁이 벌어진 듯하다. 

모스크바 백색카메라 도시화 보도의 코메르산트지
모스크바 도로위 카메라가 무단 운행 차량 적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NEWS.ru매체 

특종 보도한 곳은 유력 경제지인 코메르산트다. '모스크바는 백색카메라 도시화' Москва белокамерная 라는 제목을 달았다. 부제는 '도로의 카메라를 통해 통행허가를 받지 않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최대 5천 루블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

채증 카메라는 두 종류다. 도로 위에 설치된 교통 카메라와 경찰 단속 반원의 휴대용 카메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방식이니,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없을 터. 다만, 모스크바의 교통 카메라는 2만 5천대에 이른다고 한다. 또 카메라에 1번 찍힐 때마다 벌칙금이 최대 5천 루블이니, 카메라 10대를 지나간다면 5만 루블까지 올라간다.

도로 곳곳의 단속 경찰은 휴대용 카메라로 통행 차량을 촬영하고, 임시 검문소에서 통행허가증을 검사한다. 미 소지시 즉석에서 최대 5천 루블짜리 벌칙금 통지서를 부과한다. 모스크바 외곽의 수도권(모스크바주)도 유사한 시스템으로 위반자를 단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지의 다수 언론은 이 보도를 인용하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썼다. 관영 타스통신도 "이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 모스크바의 교통 카메라가 통행 허가없는 차량을 적발하는데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단 운행 차량에 대한 카메라 적발에 대한 언론 보도들/얀덱스 캡처

이 기사의 사실 여부는 며칠 뒤 확인될 것이다. 주목할 것은 러시아의 '백색 카메라' 논쟁이 단순히 교통 카메라의 활용 수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사회적 감시 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사안이다. 신속하고 과학적인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 감염 역학조사 방식에 러시아의 한 기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 러시아나 독재체제하의 '감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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