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관광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지금 -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전전긍긍
'핫한' 관광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지금 -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전전긍긍
  • 유희준 기자
  • brs714@buyrussia21.com
  • 승인 2020.04.24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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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줴먀코 연해주지사 정부에 전담병원 추가 건립, 관광산업 재건 요청
블라디, '한민족 역사유적지 도보 탐방로' 조성키로 - 관광 코스로 주목

지난해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떠오르는 '핫한' 관광지로 꼽혔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진자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

지난 2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갔을 때만 해도, 블라디보스토크의 최대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의 국경 봉쇄와 그에 따른 킹크랩 가격의 폭락 우려였다. 실제로 그로부터 한달 뒤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 킹크랩은 대거 국내로 들어왔고, '킹크랩을 반값에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꾸로 '킹크랩 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의료 시설을 점검하는 코줴먀코 주지사/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눈을 닦고 쳐다봐도, 한국관광객 외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이제 올레그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부터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한 도시로 변했다. 중국과의 항공편이 끊어지면서 러시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중국인들이 육로로 국경을 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몰려왔고, 그들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 시는 22일 "지난 하루동안 74명이 한꺼번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그중 42명이 블라디보스토크 2번 병원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병원 감염' 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 42명 중 의사 등 병원 근무자가 17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해주 전체 확진자도 178명으로 늘어났다.

블라디보스토크 병원에서 확진자 대거 발생/얀덱스 캡처

대규모 지역 감염에 가장 당황한 이는 역시 코줴먀코 주지사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국경을 넘은 중국인들이 뒤늦게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즉각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서 "중국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서둘러 국경을 또다시 폐쇄했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자리를 잡은 상태. 현지 사람들은 이미 감염 유사증세로 병원을 찾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는 현재 모스크바와 마찬가지로 통행허가제를 시행중이다. 또 통행허가 위반차량과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모스크바식 자동단속'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해주는 연방 정부가 이미 개발을 끝낸 '디지털 통행허가 시스템' 도입을 신청한 21개 연방구성 지자체 중 하나다. 

코줴먀코 주지사는 21일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서 "군부대가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짓는 있는 신종코로나 전담병원(병상 60개)외에 100개 병상 규모의 조립식 병원을 나호트카에 추가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5월 중에 우수리스크 병원이 완공되지만, 다시 찬바람이 불면 그것으로는 부족하니, 9월까지 추가 병동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또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극동지역이 관광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또 그동안 일정한 성과를 거둬왔다"면서 신종 코로나 폭탄을 맞은 지역 관광산업의 재건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더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못한 국내 여행객을 위한 각종 시설 보완과 해외 여행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지원 요청이라고 한다. 푸틴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 신종 코로나 사태이후 국내 관광산업 지원 논의/얀덱스 캡처

연해주의 작년 한 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100만명에 육박했으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현지 관광업계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빠졌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문을 열었던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 자영업자들도 이미 많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여행객들의 관광코스에는 빠져 있지만, 블라디보스토크의 관광 명소로 꼽히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사파리 동물원도 최근 동물들의 먹이를 살 비용이 없어 주요 기관에 후원을 요청했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먹이감으로 들여보낸 염소(티무르)가 정작 호랑이(아무르)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동물원이다. 동물원측은 시베리아 호랑이 먹이 값은 한마리당 월 4만 루블(66만원), 시베리아 표범은 1만7천 루블, 갈색 곰은 2만5천 루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사파리동물원의 시베리아호랑이/바이러 자료 사진
연해주 사파리 공원(동물원), 유명한 아무르(시베리아) 호랑이의 후원자를 찾는다/얀덱스 캡처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인 관광객의 재유치에 공을 들이는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노력이다.

주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시와 연해주 관광정보센터는 블라디보스토크 곳곳에 산재한 우리의 역사유적지를 도보로 둘러보는 '한민족 역사유적지 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도시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혁명광장과 블라디보스토크역, 잠수함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를 도보로 돌아보는 '도보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역사 유적지를 잇는 새로운 도보 코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도보 관광코스는 극동 최대의 향토역사 박물관으로 알려진 아르세니예프 박물관내 발해 전시실과 한인 이주 150주년 기념 우호친선비, 한국어과가 최초로 개설됐던 극동연방대 동양학부의 옛 건물, 조명희 문학비, 신한촌 등으로 구성된다. 오는 6월 제막될 이동휘·무명독립운동비도 코스에 포함될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 있는 아르세니예프 향토역사박물관/바이러 자료사진 

오성환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올해, 한민족 역사유적 탐방로를 새로 조성하는 등 관광 분야를 토대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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