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세가지!
러시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세가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5.13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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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정도로 생각하는 국민의식, '자가 격리' 규칙 위반, 무증상 감염자 증가

러시아가 지난 6주간 시행해온 '유급 휴무일' 체제를 끝내자 국내외 언론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이상 발생하고, 누적 확진자가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선 상태에서 어떻게 '봉쇄 조치'를 끝내느냐는 게 핵심이다.

용어 선택과 뉘앙스의 차이에 따른 것이겠지만,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봉쇄 조치'를 취하거나, '비상 사태'를 발령한 적이 없다. '봉쇄'란 단어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정치권에서 한번 나왔다가 역풍을 맞고 쑥 들어갈 정도로 민감한 용어다. 그러나 러시아 등 해외의 신종 코로나 사태를 설명할 때는 손쉽게 자주 쓴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알려주는 단어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의 방역당국과 언론은 (어느 지역에 대한) '봉쇄' 대신 '제한 조치' '이동 제한' '통행 허가'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넓은 의미에서 '봉쇄 조치'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화상 연설 장면/사진 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이 11일 종료를 선언한 것은 각종 '봉쇄'나  '제한 조치'의 해제가 아니라 '유급 휴무일이 끝났다'는 것이다. 원래 '유급 휴무'는 지난 3월 30일부터 1주일간 시행할 예정이었다. '1주일간 유급 휴가를 줄테니, 집밖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만 머물러 달라'는 취지였다. 근로자들이 유급 휴가를 받았으니, 그들이 일하는 직장과 사업장은 어쩔 수 없이 휴업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사업장도 동시에 문을 닫았다.

안타깝게도 러시아 국민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방역에 대한 높은 시민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랜 겨울을 버틴 사람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니, "잘 됐다. 날도 풀리니 어울려 놀자"는 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멀리 이동하는 인구는 줄었지만, 공원 산책에 나서는 등 주변 지인들간의 밀접 접촉은 오히려 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황한 모스크바시는 서둘러 '자가 격리'의 규칙을 새로 정하면서 집밖으로 나오려면 '통행 허가'를 미리 받아야 한다는 '통행허가제' 도입했다. 자연스럽게 시민들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가 발동된 것이다.   

모스크바는 불필요한 시민 이동을 막기 위해 통행허가제를 도입. 집밖으로 나가기 전에 QR코드를 받도록 했다. /사진 출처:모스크바 시 

이후 신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푸틴 대통령은 '1주일 휴무'를 4월 한달 더 연장했고, 노동절과 승전기념일 연휴가 끼어 있는 5월 초순에도 '휴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1주일 임시 휴일 혹은 휴가 개념의 '휴무일'이 연장, 또 연장되면서 '자가 격리' 규칙 강화와 맞물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급 휴무및 자가 격리'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면 된다.

이 중에서 11일부로 종료된 것은 '유급 휴무일'이다. '자가 격리' 조치는 모스크바 등 대다수 지역에서 이달 31일까지로 연장됐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의 '유무일 종료' 발표만 믿고 시내로 나갔다가는 경찰에 적발되면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모스크바와 수도권은 공공장소·상점·대중교통(택시 포함) 등에서 마스크와 장갑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일반 상업시설과 카페, 레스토랑 등에 대한 폐쇄와 대중행사 금지 조치도 이달 3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자가 격리에 대한 러시아 국민 지지도는 47%/노브이 이즈베스티아 캡처

전국민 '유급 휴무'라는 러시아 정부의 후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방역 의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말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임시 휴일 지정및 자가 격리' 조치에 대해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53%)이 '이 조치가 정당하지 않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격리' 위반자의 행정적 처벌(벌금)에 대한 지지도 27%에 불과했다.

드미트리 체르니쉔코 부총리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국민의 '자가 격리' 준수 수준을 5점 만점에 2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며 "모든 '제한 조치' 해제는 국민의 '자기 격리' 규칙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할 정도다. 

체르니쉔코 부총리, 제한 조치의 해제 가능 시점에 대해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자가 격리' 준수 수준은 5점 만점에 2점이라고 평가했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보통 사람들의 심리는 이웃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도 '독감'과 다를 바 없다며 보드카로 치료할 수 있다고 큰소리는 치는 상남자 스타일. 우리가 한때 '소주에 고추가루 타서 마시면 감기 정도는 떨어진다'고 했던 그 심리와 유사하다.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시의 예카테리나 뎀첸코 부시장이 5월 '자가 격리' 기간에 휴양지에서 사람들과 샤슬릭(꼬치 구이)를 굽는 동영상이 올라와 전격 해임됐다. 뎀첸코 부시장의 행동은 5월이 오면 러시아인들이 느끼는 '계절 심리'를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가 격리' 의식이 느슨해지고, 바깥 활동이 늘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러시아에서 나오는 이유다. 

노보로시스키 부시장, (5월) '자가 격리' 기간에 샤슬릭 스캔들로 해임됐다/얀덱스 캡처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것도 그같은 행동을 부추기는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신규 확진자의 45%가 무증상 감염자로 확인되는데, 이들은 증상이 없으니 행동을 자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결과,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달 26일 러시아서 귀국한 후 세종시에서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다. 그녀는 2주간의 의무적인 '자가 격리'에서 벗어나고자 검진을 받았는데,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남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사흘만에 또 완치 판정을 받고 12일 퇴원했다.

귀국후 '자가 격리'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한 지 3일만에 다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는 흔치 않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전형적인 러시아식 무증상 확진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은 유증상자와 다를 바 없으니, 러시아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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