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한' 텔레그램 창업자 두로프가 실리콘 밸리로 가지 않는 이유 7가지
가장 '핫한' 텔레그램 창업자 두로프가 실리콘 밸리로 가지 않는 이유 7가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5.14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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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페북 '브콘닥테'도 개발한 IT 천재, 텔레그램 이후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러시아 출신의 유명 IT 인사로는 구글을 공동 창업한 세르게리 브린과 메신저 '텔레그램'을 만든 파벨 두로프 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브린은 어린 시절(6~7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 교육을 받았고, 두로프는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브콘닥테'를 만들어 소셜 네트워크계(SNS)를 장악하다가 뒤늦게 독일로 이주했다.

조국 러시아를 떠난 이유는 비슷하다. 브린 가족은 소련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을 피해,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이유로 사실상 서방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사진출처:브콘닥테

두 사람은 우리 언론에도 꾸준히 등장한다. 브린은 지난해 말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구글의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늘 추적 보도의 대상이었고, 두로프는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두로프는 앞으로도 그가 독일 이주후 개발한 메신저 '텔레그램'과 관련해 계속 우리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다. 

두로프에 대해 러시아 언론이 관심을 갖는 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그의 블록체인 사업이다. 두로프는 지난 2018년 초 암호화폐 발행 계획을 앞세워 무려 17억 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텔레그램 메신저 서비스와 연동되는 블록체인 '톤(TON,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과 암호 화폐 '그램(GRAM)' 발행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파벨 두로프,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 중단 선언/얀덱스 캡처

그러나 지난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램' 발행 계획이 미 증권법 제5조를 위반했다고 결정하자, 법원에 제소한 뒤 일단 '톤 프로젝트' 진행을 중단했다. 법원의 판단도 최근에 나왔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두로프는 12일 "미국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줘 '그램'의 미국내 출시가 불가능해졌다"며 "오늘은 '톤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하는 슬픈 날"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한 러시아 언론은 미국 법원의 판결을 이같이 비꼬기도 했다. "사람들이 돈을 모아 금광을 개발한 뒤 채굴한 금을 나누기로 했는데, 판사가 오더니 안된다고 했다. 그 이유가, 투자한 사람들은 금 자체가 아니라 수익을 얻기 위해 금광 개발에 투자했는데, 금을 다른 사람에 팔아서 수익을 얻는 것은 안된다고 하니 얼마나 웃기느냐"는 것이다.

금을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로 생각하면, 암호화폐 '그램'을 채굴한 뒤 수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은 불법이라는 결정이니, 두로프가 열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미 법원은 다른 국가에서 '그램'을 발행 혹은 거래하더라도 미국 법인(개인)이 관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도 했다. '그램' 발행 프로젝트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두로프가 “오늘은 텔레그렘에게 슬픈 날"이라고 말한 이유다.

파벨 두로프가 미국으로 가지 않는 7가지 이유를 밝혔다/얀덱스 캡처

두로프가 전 세계 IT 개발자들에게 '드림 랜드'로 꼽히는 미 실리콘 밸리로 가지 않는 이유도 러시아 언론에겐 관심거리다. 그 이유가 12일 밝혀졌다. 그는 Sports.ru의 공동 소유자이자 유명 유튜버인 유리 두지가 올린 '실리콘 밸리로 떠난 러시아인들의 삶'이라는 다큐멘터리성 영상을 본 뒤 '실리콘 밸리로 가지 않는 이유 7가지'를 SNS에 올렸다. 

두로프의 반응을 이끌어낸 러시아 유튜버 유리 두지/사진출처:SNS

첫번째 이유로 그는 교도소 수감자가 독일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보다 10 배나 많은 미국은 경찰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늘 FBI의 감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이민자에게 너무 비싸다. △ 실리콘 밸리에는 문화 생활을 할 수가 없다. △ 미국의 중등 교육의 질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 △ 세금이 너무 많다. △ 실리콘 밸리는 개발자들에게는 너무 돈이 많이 드는 곳이다. △ 실리콘 밸리는 10년 전과 달리 이제는 더 이상 IT의 중심지가 아니다. 무려 8억명의 사용자가 있는 TikTok도, 4억명이 사용하는 텔레그램도 더 이상 미국을 주 무대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더 이상 IT 비즈니스를 운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텔레그램의 IP접속을 막으면서까지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했으나, 끝까지 응하지 않고 버텼다. 2018년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브레이브 하트’ 사진과 함께 “인터넷 IP는 앗아가도 자유는 앗아가지 못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두로프의 이같은 고집이 실리콘 밸리에 가지 않고도, 미 법원이 '그램'의 발행을 막더라도, 텔레그램의 또다른 미래를 개척해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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