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무색하게 코로나 특효약으로 러시아 감기약을 찾는 까닭?
K-방역이 무색하게 코로나 특효약으로 러시아 감기약을 찾는 까닭?
  • 김진영 기자
  • buyrussia1@gmail.com
  • 승인 2020.06.1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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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독감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트리아자비린'(Triazavirin)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 19) 치료에 특효약인 것처럼 광고하고 유통한 일당이 부산에서 붙잡혔다. 트리아자비린은 국내 수입 허가는 물론,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약으로 공식적인 임상실험조차 거치지 않은 단순 호흡기질환 약이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트리아자비린을 온라인으로 유통시킨 A(30대)씨를 약사법 위반으로 구속하고, 공범 B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성인약품 사이트에 오른 트리아자비린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러시아 현지에서 저가에 구매한 트리아자비린을 우체국 국제특송(EMS)을 이용해 국내로 반입, 성인약품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보유통책인 A씨는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입고', '코로나19 유일한 치료제' 등의 문구를 온라인에 퍼트린 뒤 성인약품 사이트에서 20캡슐짜리 트리아자비린 1통을 24만원에 팔았다는 것. 

구매자는 주부, 회사원 등으로 알려졌다. 현행 약사법상 불법 의약품 판매자는 처벌 대상이지만 구매자는 처벌할 수 없다.

'K-방역'이란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신종 코로나 감염에 잘 대처한 우리가 하필이면 왜 러시아 감기약까지 사먹을 생각을 했을까?

우선 러시아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부산이라는 곳이 갖는 특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30년 전, 한소수교 직후 모스크바에는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약들이 많았고, 국내에서 '여행객 필수 쇼핑 품목'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마디로 우주과학의 선진국인 소련이 만든 '특효약'들이었고, '우주인 복용약'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 의학적으로 검증한 바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종 코로나 위협이 높아가던 시절, 트리아자비린이 중국에서 임상 3상실험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관심을 끈 이유로 보인다. 동양인을 대상으로,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임상시험이었다고 하니, '혹시 몰라서' 또는 '나중을 위해' 구입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리아자비린은 아직 러시아에서도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인정을 받지 못한 단순 독감약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트리아자비린은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신청서를 러시아 보건 당국에 제출했지만, 반려됐다고 한다. 임상시험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이 아닐까?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에 검색해 보면 트리아자비린은 지난 2015년 독감 치료제로 개발됐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제조사인 메드신테즈공장(Завод Медсинтез)의 홈페이지에는 "트리아자비린과 함께라면 독감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홍보 문구가 걸려 있었다. 

'트리아자비린과 함께라면 독감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홍보문구를 내건 메드신테즈 홈페이지. 이제는 내렸다.
메드신테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트리아자비린 뉴스'. 위는 마스크 생산, 아래는 임시 치료 권고약으로 등록됐다는 소식.  

뉴스 코너에 트리아자비린이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 호흡기 질환 치료제로 보건당국에 임시 등록됐다는 소식(4월 27일)이 올라와 있으나, 안타깝게도 지난 3일 개정된 러시아 보건당국의 신종 코로나 권장 치료제 리스트에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부산을 오가는 러시아인들이 자국의 감기약인 트리아자비린을 휴대하고,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유통하려면 정식 수입 신고나 판매허가, 임상실험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의약품이고, 유통시킨 자는 약사법 위반이다. 

경찰에 따르면 트리아자비린은 또 알레르기와 복통, 구토 등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트리아자비린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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