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우랄 원유가 한국등 아태지역서 판매가 늘어나는 까닭
러시아산 우랄 원유가 한국등 아태지역서 판매가 늘어나는 까닭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6.16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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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의 대규모 감산조치로 중동산 원유 대비 경제성 높아져
올해 초 7%에 불과했던 우랄산 원유의 아태 비중이 무려 21%로

러시아산 석유를 대표하는 우랄산 원유(공식적으로는 시베리아 서부지역 원유)가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의 협의체)의 전례없는 대규모 감산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로부터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이 생산량이 줄어든 중동산 원유대신 러시아산 원유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랄산 원유의 판매량에서 아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초 7%에서 지난 5월 21%로 크게 높아졌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원유 사재기에 들어간 중국은 최근 몇개월간 일일 28만 배럴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석유 저장고/현지 TV 캡처

우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던 일본도 구매를 재개, 200만 배럴 이상의 우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오는 25일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도착한다. 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5월 두차례에 걸쳐 우랄산 원유를 구매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 정유업체.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러시아산 원유 100만 배럴을 구입해 충남 대산 공장에 투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 러시아 석유회사 루코일로부터 우랄산 원유 100만 배럴을 사들인 이후 그같은 대규모 구매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석유회사 루코일 홈페이지(위)와 채굴시설/출처:홈페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아태평양국가들이 우랄산 원유 도입에 나선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구매 당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동산) 두바이유 공급이 더 힘들어지면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원유 딜러가 모여 있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 지역 공급에 나서는 우랄산 원유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우랄산 원유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적은 유조선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초대형 운반선(VLCC)으로 운송 가능한 중동산 원유와 근본적으로 경쟁하기 힘들다. 우랄산 원유가 아시아 지역에 공급되는 것은 흔하지 않는 이유다"(싱가포르 소재 에너지 트레이드 기업 '애스팩스'의 네빈 나 애널리스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출처:홍보영상 캡처

아태평양 정유업체들은 이번에도 대규모 감산에 들어간 중동산 원유를 어렵게 구매하느니, 아예 러시아산 원유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지난 5월과 6월 산유량을 하루 970만 배럴 줄인 데 이어 7월에도 96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원유 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한 감산합의이지만, 공급 물량이 줄어든 만큼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정유업체들로서는 구매 포트폴리오를 가장 현실적으로 짤 수 밖에 없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아태평양 국가의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7월 이후에도 기존 합의를 지키지 않는 산유국들에 대해 미이행분의 7~9월 추가 감산을 OPEC+측이 요구했고, 이라크 등 일부 중동 국가들은 생산량을 줄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태평양 지역 정유업체들이 계속 러시아를 주시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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