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임상 시험 이미 시작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임상 시험 이미 시작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6.20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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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신고 백신 8종 중 3~4개 백신은 임상시험 돌입및 준비 막바지 단계
가말레야, 벡토르 연구소와 FMBA, 혁신 바이오업체 '비오카드' 등이 주도

신종 코로나(COVID 19) 감염 위험이 커질 수록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치료제와 백신이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하나씩 성과를 거두는 분위기다. '약물 재창출 연구'란 임상 시험을 통해 기존 약품의 새로운 약리효능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는 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대신 그 열매는 '약물 재창출 연구'와 비교할 수 없다. 

코로나 백신:누가 개발하고 언제 대량접종이 가능할까?/현지 언론 캡처
국방부 산하 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 첫 임상시험 진행/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및 임상 시험에 관한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모든 개발이 그러하듯, 다 믿을 건 못된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지난 5월 러시아 내 14개 기관에서 47종의 신종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스크바 사무소 멜리타 부이노비치 대표는 8종이 WHO에 신고됐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신고된 8종의 신종 코로나 백신 가운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거나 임상 시험 등 개발 진척이 뚜렷한 백신은 3~4가지로 추정된다.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와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벡토르' 연구소, 러시아 보건부 산하 의료및 생물학 본부(FMBA),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생명공학업체 '비오카드'(Биокад, Biocad)가 개발 중인 백신들이다.

가장 진척이 빠른 곳은 가말레야 센터다. 이 센터는 러시아 국방부 산하 방사능·생화학 부대 소속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모스크바에 있는 세체노프 국립의과대학에서 17일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제48 중앙과학연구소는 예전에 에볼라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백신 개발과 시험이 이뤄졌던 곳이고, 세체노프 의과대학 Первый 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медицинский университет им. И. М. Сеченова은 세계적으로도 명문으로 꼽힌다. 

모스크바 세체노프 의과대학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위)와 세체노프 의대 관련 사진/ 얀덱스 캡처, 세체노프의대 홈페이지

임상 시험에는 두 곳에서 각각 임상 자원자 38명씩 참여했다. 국방부 연구소에서는 25∼50세의 군인과 의료진(민간인)이 나섰고, 세체노프 의과대학에서는 학생과 민간인들이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도 5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임상 시험은 1차적으로 자원자 18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지난 18일 각기 다른 약물을 접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1주일 후 나머지 2차 집단에 대한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접종받은 자원자들은 아직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건강 상태도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군 연구소와 의과대학 측은 임상 시험 과정을 서로 긴밀히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쯔부르크 소장은 앞서 자신을 포함해 백신 개발팀이 접종한 후 면역체 형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임상 시험을 오는 7월 말까지 끝내고 오는 8~9월께 첫 샘플을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더라도, 가을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면 전국민 백신 접종에는 최대 9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베리아 중심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벡토르' 연구소의 배신 임상 시험은 오는 7월 17일 시작될 예정이다. 자원자 모집 등 시험 준비가 시작됐다. 이 연구소는 지난 5월 말 '코로 넣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중'이라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리나트 막슈토프 벡토르 벡토르 연구소 소장은 현지 TV '러시아 -1'과의 회견에서 "연구소는 지난 3개월 동안 개발한 25개 백신 중에서 효과를 확인한 3개 약물을 상대로 임상전 연구가 진행중"이라며 "코로 넣을 수 있는 백신도 그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임상전 시험을 끝낸 백신 약물이 오는 7월 임상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가는 셈이다.

코로 주입하는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관련 보도/얀덱스 캡처

러시아 보건부 산하 의료및 생물학 본부(FMBA)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백신 및 혈청 연구소를 통해 개발중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 1938년부터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해온 역사와 권위를 지닌 곳이다. 지난해 10월에는 WHO의 규정에 부합한 독감 백신 '플류-엠' (Флю-М)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연구소의 백신은 소아마비와 백일해 등의 백신을 개발한 방법인 '재조합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성전 실험에서 약효를 확인했고, 임상 시험은 오는 9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FMBA는 앞서 항말라리아제 '메플로퀸'을 기반으로 한 신종 코로나 새 치료법을 제시한 바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혁신 바이오업체 '비오카드'는 신종 코로나 백신 3종의 개발에 나선 상태다. 2종은 '벡토르 연구소' 등 다른 연구소와 공동으로, 1종은 단독 개발이다. 이 회사 드리트리 모로조프 사장은 지난 15일 "오는 8월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적인 생명공학업체 비오카드 홈페이지, '삶의 지평을 넓힌다'는 구호를 내세웠다/캡처
비오카드가 개발(혹은 판매)하는 약품들. 최근 신종코로나 치료제로 정식 등록된 '일시라'가 맨 위에 올라 있다.

'비오카드'는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빌리맙'(Levilimab, Левилимаб)을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러시아 보건부에 등록했다. 항인플루엔자 제제인 '파비피라비르'에 이어 2번째 치료제(브랜드는 '일시라' Ilsira, Илсира) 정식 등록이다. 

'일시라'는 '사이토 카인 폭풍'(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면역물질 사이토 카인이 과다 분비되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으로, 치사율을 높인다)을 유발하는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현지의 한 매체는 "비오카드가 오는 12월까지 월 500-600만명 용량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국가가 대량으로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1인분의 비용이 1,200-1,400루블(2만원~2만3천원)이라는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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