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재집권을 여는 개헌 국민투표, 65%투표율에 70% 찬성으로 통과될 듯
푸틴의 재집권을 여는 개헌 국민투표, 65%투표율에 70% 찬성으로 통과될 듯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7.02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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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중간 집계결과, 당초 예상을 웃도는 결과 - '푸틴 신임 투표 승리' 평가
방역 수칙 비웃는 대통령과 총리? 비판도 - 마스크 장갑 없는 모습 SNS에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연장의 길'을 열어주는 개헌안 국민투표가 1일 모스크바 시간 저녁 8시로 끝났다(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는 저녁 9시). 신종 코로나 사태(COVID 19)로 지난달 25일 사전투표가 시작됐으니, 국민투표는 1주일간 실시됐다.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은 의회 표결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정으로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으나, 국민의 지지로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푸틴 신임 투표'의 성격을 띠게 된 이유다.

당초 지난 4월 22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신종 코로나로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러시아중앙선관위, 개표 30%이후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간및 잠정 집계 결과, 투표율은 65% 안팎, 개헌 찬성률은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와 니즈니노보고로드에 시범 실시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투표(전자투표)는 신청자의 93% 가까이 투표에 참여해 성공적이었다. 모스크바에 주소를 둔 우주인 아나톨리 이바니신(51)도 머물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전자투표로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전자투표 참가자 중 62.33%만이 개헌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일단 두번(임기 6년) 더 집권할 수 있는 국민적 신뢰, 즉 신임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집권세력이 국민투표 투표율과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편 결과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선관위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사전투표 기간 내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거의 모두(?) 투표소로 활용했다. 나무 그루터기, 공원 벤치, 차량 트렁크 등에 간이 투표소가 설치됐고, 도시 외곽에 친 텐트 촌에도 투표소를 마련했다.

코로나 감염 공포를 없애기 위해 엄격한 방역 수칙을 마련, 사전에 널리 알렸다. 시간당 8~12명이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현장에 마스크와 장갑을 비치해 개인 방역을 확보하고, 사전에 발열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1시간마다 10분간 투표소를 폐쇄하고, 내부를 소독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사전계획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1일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투표소에 나타나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 투표 용지를 받아 투표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최고위 인사다. 

마스크 없이 투표소에 간 푸틴 대통령.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담당 여성과 비교된다/사진출처:크렘린.ru
'국민투표의 날, 방역 수칙을 잊어버린 대통령과 유그아 주민들'이란 기사를 올린 인터넷매체 '묵순FM'/얀덱스 캡처
묵순FM이 같은 기사에서 쓴 미슈스틴 총리의 투표소 모습/캡처

이를 문제삼는 여론이 빗발치자 크렘린측은 '투표소가 신종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이 일부러 마스크를 벗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대통령과 같은 나이에 마스크가 없어 맨 얼굴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을 폭로하는 글과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크렘린 페스코프 대변인, 대통령이 마스크 없이 투표하러 간 이유 해명/얀덱스 캡처

투표율 올리기 총력전은 탈·편법 투표캠페인을 초래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가 시내 주요 지역에서 사용가능한 쇼핑할인쿠폰(상품권)을 내놓고, 일부 지역은 투표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파트와 자동차 등 경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 전날인 30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의 격전지였던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주 르줴프에서 열린 전몰용사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하고, 대국민 연설에서는 "우리는 살고 싶은 나라, 후손에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집권세력의 노력(?)은 일단 성공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잠정 투표율 65%, 지지율 70% 이상은 당초 기대치에 부합한 성적이다. 지난 6월 초에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의 투표율 67%, 개헌 찬성 61%였다. 개헌 찬성이 10%P 올라간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를 '푸틴 신임 투표'로 분석해 보더라도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치러진 3.18 대선에서 67.4%의 투표율에 76,6%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는 못미치지만, 첫 출마했던 2000년 대선에서 52.94% 득표율로 당선됐고, 2004년 대선에서 71.31%, 총리로 한 차례 쉬고 재출마했던 2012년 대선에선 63.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때보다는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옐친 전 대통령이 주도한 1993년 12월 헌법 개정안은 투표율 54.8%에 찬성 54.5%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국민투표 승리로 72세가 되는 2024년부터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12년 동안,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맡을 수 있다. 개헌안에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부칙(특별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개헌이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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