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민투표가 끝나니, 공교롭게도 언론인 수난시대가...
개헌 국민투표가 끝나니, 공교롭게도 언론인 수난시대가...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20.07.08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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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군사분야 전문기자 '국가 반역' 혐의로 FSB 체포
자유라디오 기자는 '테러 정당화' 혐의로 벌금형 선고

#1
군사분야 전문기자 출신으로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 사장의 고문을 맡고 있던 이반 사프로노프가 7일 국가 반역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은 "샤프로노프가 국가기밀 정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회원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2
미국 국제방송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의 러시아 지국 소속 프리랜서 기자인 스베틀라나 프로코피예바가 6일 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 루블(약 83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지난 2018년 연방보안국(FSB) 청사에서 벌어진 10대 청년의 자폭 테러를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 때문에 청년들이 불만을 표출할 기회가 없어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준 개헌 국민투표가 압도적인 찬성(78%)으로 끝난 뒤 러시아 전현직 기자들에게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와 FSB라는 단어가 겹친다. 현지 기자들은 반발했다. 

FSB, (군사전문 전직 기자이자) 로스코스모스 사장 고문 체포장면 비디오 공개/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FSB는 "샤프로노프가 해외에 넘긴 정보는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국방·안보와 연관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FSB측은 그의 아파트는 물론 전 여자친구(기자)의 아파트까지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그의 체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기밀 정보를 해외에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2개월 간 구속 수사를 허가했다. 그의 혐의가 유죄로 입증될 경우 사프로노프는 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FSB에 체포되는 샤프로노프 전 기자/비디오 영상 캡처

로스코스모스 측은 사프로노프의 체포가 공사 내 업무와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사프로노프가 기자로 활동할 당시 작성했던 군사 관련 기사 때문에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이다. 그가 로스코스코스 고문으로 간 것은 지난 5월이니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사프로노프는 지난 2010~2019년 약 10년 동안 유력 경제 전문지 '코메르산트'에서 군사 전문기자로 일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사임설 오보를 내는 바람에 코메르산트를 그만두고, 다른 경제 전문지 '베도모스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작성한 기사로 FSB와도 악연이 있다. 러시아가 이집트와 수호이(Su)-35 전투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단독 기사를 쓴 뒤 FSB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기사는 이후 삭제됐다. 

프로코피예바, 테러리즘 정당화 혐의로 벌금형/얀덱스 캡처 

50만 루블 벌금형을 받은 프로코피예바는 재판 과정에서 “법 집행기관을 비판하거나 틀렸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해질지 알기 때문에 내 직무(기자)에서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고, 그것은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10대 청소년이 FSB청사에서 행한 자폭 테러를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쓰는 것은 테러리즘을 정당화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프로코피예바를 기소하면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프로코피예바는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다.

법정에 출석한 프로코피예바/페이스북 캡처

이날 선고를 두고, 러시아 사법당국이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반테러법이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공익과 관련된 논의를 막거나 독립적인 언론인들을 처벌하는 데에 활용되지 않게 할 것”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도 "러시아가 국내외의 의무를 지켜 언론인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반테러법에 따른 것이라며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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