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밀어닥친 러시아 신종 코로나 비상 - 러시아 현지는 어떤 상황일까?
국내에 밀어닥친 러시아 신종 코로나 비상 - 러시아 현지는 어떤 상황일까?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7.2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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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신규 확진자 5천명대로, 5월초순의 1만1천명 대비 절반으로 줄어
모스크바 등 서부는 진정세, 동쪽으로 확산중? 항공편 운항재개도 신중

러시아발 신종 코로나(COVID 19) 위험이 우리의 턱 밑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러시아에 파견된 우리 건설사 직원 한명이 작업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고, 부산항에서는 연일 러시아 선원들의 확진 판정 소식이 들려온다. 러시아 선박의 수리를 위해 승선했던 우리 근로자가 러시아 선원으로부터 감염되는 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이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검진/사진출처:동영상 캡처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감염 상황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국내 언론은 확진자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80만명 수준이라고만 전한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일 수록 전염병 방역이 힘든다는 건 상식이다. 전염병이 도는 도시 한 곳을 방역하는 것보다는 그 도시가 속한 주(우리식으로는 도), 주보다는 국가 전체를 감염 위험으로부터 막아내는 게 어려운 게 당연하다. 

러시아는 땅이 넓고 인구가 1억4천만명이 넘는다. 연방을 구성하는 주체(우리 식으로는 특별시나 도)가 85개나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고 누가 바이러스를 퍼트릴지 찾아내는 게 막막할 정도다.

모스크바는 신종 코로나에 의한 제한조치를 거의 해제했으나, 일부 지역은 여전히 시행중이다/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또 지역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정도가 달라 방역 수준이나, 지침이 제각각이다. 모스크바시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제한 조치를 거의 해제(8월 1일부터는 영화관 공연장까지 개방된다)했지만, 우리 직원 사망자가 나온 옴스크주나 극동 연해주는 아직 상당한 제한 조치가 남아 있다. 현재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감염에 대한 위험 수위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소식은 한 묶음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신규 확진자가 115일만에 세자리 수를 넘었다'는 뉴스처럼 러시아 확진자는 닷새째 5천명대를 기록했다는 식이다. 이 숫자가 더욱 늘어난 것인지, 크게 줄어든 것인지는 관심이 없다. 전체 누적확진자가 80만명으로 세계 4위 규모라는 게 훨씬 중요하게 취급된다.

모스크바의 응급차량?사진 출처:모스크바 시

러시아발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는 이런 통계를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러시아 선박의 출항지인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인근의 항구들과 연해주 전체 상황, 국내 기업이 나가 있는 현지의 감염 현황, 신종 코로나 방역의 중간 성과를 알려주는 모스크바시의 현재 등을 나눠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정상적이다.

러시아 전체로는 하루 확진자가 1만1천명을 넘었던 피크 상태(5월 초순)를 지나 이제 5천명대로 떨어졌으니, 절반으로 줄었고, 모스크바는 하루 2천명대에서 500~600명 선으로, 대충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지역에 집중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쪽으로 동쪽으로 번져나가면서, 모스크바에서 멀어질 수록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규 확진자 발생 흐름을 보면 그렇다. 아마도 현지의 위생수준이나 주민들의 방역 의식이 낮고, 의료시설도 낙후해 사후 대처가 늦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방역 당국의 러시아 선박 현장 조사 결과, 확진 선원의 베개 3곳, 식탁 3곳, 문손잡이 4곳 등 12곳의 환경 검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한다. 선원이 문손잡이나 식탁을 만지면, 바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환경인 셈인데, 러시아 지방 곳곳이 아직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질 높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일부러 부산으로 내려오는 러시아 선원이 있다는 소문도 '가짜 뉴스'가 아닐 수도 있다. 

그나마 모스크바 등 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자의 항체 형성률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방역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는 하루 20~30만 건 정도씩 꾸준히 이뤄졌고, 지금까지 누적 검사 건수가 2천660만 건을 기록했다. 엄청난 숫자다. 또 25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80만명이지만, 완치 환자도 59만7천여명으로, 완치율 74%에 이른다.

러시아 군병원의 백신 임상 시험/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제공 동영상 캡처

러시아 보건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 개발한 백신을 취약 계층과 원하는 사람에게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는 백신을 아예 시민들에게 무료로 접종하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는 '가말레야 전염병 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3차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측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새 백신은 일반인 대상 접종 전에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1~3차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러시아측은 3차 시험을 건너뛰고 일반 주민 접종에 바로 들어갈 것처럼 들린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스타트업' 적인 발상이다. 과거 소련시절에도 비슷한 시도(소아마비 백신)가 있었다. 

러시아의 과감한 백신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불가다.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또다른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모스크바 셰르메티예보 공항의 검역대/사진출처:모스크바 시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국제 항공편 운항 재개를 빠른 시일내에 기대할 수 있을까? 러시아 정부는 국제선 정기 항공편 운항을 8월 1일부터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터키와 탄자니아, 그리고 영국이 1차 운항 재개 국가로 선정됐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30개 국과 항공편 운항 재개를 협의중이라고 한다. 한국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비자 발급 제한 등으로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통제해 왔다. 양국간에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 신종 코로나 이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야 할 터인데, 최종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항공기 운항은 부산항에 들어온 러시아 선박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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