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목받는 러시아 코로나 백신 '가말레야', 왜 그런가 했더니..
갑자기 주목받는 러시아 코로나 백신 '가말레야', 왜 그런가 했더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7.30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CNN "러 백신,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적 충격 서방에 안겨줄 것" 보도
성급한 상용화에 우려 - 60년전 소아마비용 '폴리오 백신' 닮은 투트랙 임상

러시아의 '가말레야 전염병 센터'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미 '가말레야 백신'의 임상시험및 과정, 그 결과는 물론이고, 향후 보건부 등록 시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수없이 다뤄졌지만, 서방진영에서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말레야 백신'이 갑자기 부상한 계기는 미국 CNN 방송의 28일 보도다. CNN은 이날 '러시아의 백신이 (소련의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적인 충격을 서방에 안겨줄 것'으로 장담하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내보냈다. 러시아 국부펀드인 RDIF는 가말레야 센터의 백신 개발에 투자했다. 

키릴 CEO는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공위성(스푸트니크) 발사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전제,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첫 번째 백신 개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골리코바 부총리, 가장 유망한 신종 코로나 백신 언급/얀덱스 캡처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골리코바 부총리는 29일 대통령 주재 코로나대책 회의에서 "러시아가 개발 중인 20여 가지의 백신 가운데 두 종이 가장 전망이 밝다"며 "백신 두 종의 생산을 각각 9월과 10월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언급한 백신이 바로 '가말레야 백신'과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가 개발한 백신이다. '벡토르 백신'은 지난 27일 첫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골리코바 부총리는 "가말레야 백신은 8월에 공식 등록한 뒤 1천6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차례 더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양산은 9월부터"라고 밝혔다. 그녀의 이날 보고 내용은 이미 현지 언론에서 다 나온 이야기다. 

군 병원에서 가말레야 백신 임상시험중인 자원자(위)와 시험을 끝내고 퇴소하는 임상대상자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제공 동영상

CNN 방송의 주목을 끈 '가말레야 백신'은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임상 1상(시험)이 이달 중순에 끝났다. 임상 2상과 3상에 대한 보도는 엇갈린다. 러시아의 임상시험 절차가 서방측과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가말레야 센터가 백신 임상시험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백신들은 각 단계별로 임상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공개한다.

또 다른 문제는 백신 등록 시점이다. 서방에선 통상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3차 임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백신으로 등록하고, 양산과 일반인 접종에 들어가는 게 관례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러시아는 그 과정을 일부 생략한 뒤 백신으로 등록하고 접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어서 서방 측은 성급한 백신 등록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CNN이 “러시아가 자국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다 해도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다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이미 만들어진 백신을 변형한 버전이기 때문에 빠른 개발이 가능했다"고 반박한다. 키릴 CEO는 "가말레야 백신은 인체 내에서 복제되지 않도록 기능하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기반으로 이미 검증된 에볼라·메르스 백신 플랫폼에서 개발됐다"며 "보조 주사를 추가로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60년전 소련에서 먼저 사용된 소아마비용 '폴리오 백신' 개발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폴리오 백신'은 원래 미국에서 소아마비에 대한 예방 기제를 확인했으나, 임상 시험및 상용화는 소련에서 먼저 이뤄졌다.

당시 소련의 저명한 백신 전문학자 미하일 추마코프 - 마리나 보로실로바 박사 부부는 '폴리오 바이러스'를 섞은 각설탕을 자녀들에게 먹이는 방식으로 첫 임상 시험을 시작해 소아마비용 '폴리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은 소련의 백신 상용화 과정을 지켜본 뒤, 백신의 약효와 안전성이 확보되자 뒤늦게 도입한 바 있다.

러시아 보건부는 내달 초 '가말레야 백신'을 공식 승인한 뒤 자원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계속하는 한편, 신종 코로나의 2차 파동에 대비해 의료진과 취약 계층에 대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인데, 소아마비용 '폴리오 백신' 개발 당시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