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6연임에 성공하겠지만, 정국 혼란은 당분간..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6연임에 성공하겠지만, 정국 혼란은 당분간..
  • 송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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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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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5번의 대선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 - 야권 후보 유세장에 수만명 몰려
투표직후 민스크 등서 부정선거 규탄 시위 - 신종 코로나로 선거감독 취약

9일 실시된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5)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옥에 간 남편 대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37)가 지핀 '반정부 시위'가 당분간 벨라루스 정국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투표가 끝난 뒤 벨라루스에서는 (반정부)시위와 충돌이 시작됐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대선 출구 조사 결과, 루카센코 대통령은 79.7%의 지지를 얻어 6연임이 확정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킨 티하노프스카야는 한자리수인 6.8% 지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던 과거 5차례 선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정권 교체'를 외치는 티하노프스카야 후보의 유세장에는 수만명이 몰렸고, '반 루카셴코 시위'로 이어졌다. 이 시위는 이날 저녁 8시 투표소가 문을 닫자, 바로 수도 민스크 중심가에서 벌어졌다.

민스크 경찰 당국은 '부정 선거' 반대 시위를 벌이는 약 300여명의 시민들을 해산시키며, 그 과정에서 다수를 체포했다. 또 민스크 중심가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해 야권 지지자들이 시위 현장으로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민스크 중심가가 완전 폐쇄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벨라루스 반정부 가두 시위/러시아 언론 동영상 캡처
투표 직후 민스크 시위 현장 트윗. 민스크에서 오몬(경찰)이 체포를 시작했다. 주변의 군중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캡처

벨라루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신종 코로나(COVID)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의 수를 제한하는 등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투표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디아 예르모쉬나 벨라루스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채널 1TV에 나와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며 "일부 투표소의 투표 용지를 부족한 투표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예르모쉬나 위원장은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지만,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의 41.7% 미리 투표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은 대규모 부정 선거 가능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이날 출구 조사는 옛 소련권 TV 채널 '미르'의 의뢰로 벨라루스 '사회연구청년실험실'이 전국 320개 투표소에서 1만2천34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했다. 그러나 '출구조사를 선거 결과를 사전 조작하려는 시도'라고 여긴 야권 지지자들은 수십대의 자동차로 경적을 울리며 민스크 시내를 누비는 '경적 시위'로 조사 자체에 저항하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또 투표날 아침부터 인터넷 연결이 여의치 않아 소셜 미디어(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대한 연결이 불가능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TV '도쥐(비)' 의 현지 취재진이 경찰 당국에 체포돼 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폴란드에서는 루카셴코 측이 대대적인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벨라루스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은 등록 유권자의 50% 이상이 투표하면 유효하고,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당선된다. 초반 개표 결과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가 넘는 득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중앙선관위 발표를 보면,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은 확정적이다. 

벨라루스 대선에서 야권 돌풍을 일으킨 '여성 3인방'/러시아 매체 캡처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성장, 국민 복지 향상, 법치 강화, 국가 주권 수호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티하노프스크야 후보는 '여성 3인방'의 인기를 내세워 민스크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권 교체' 열기를 확산하는데 주력했다. 

티하노프스카야와 '여성 3인방'을 이룬 베로니카 체르칼로는 이날 아침 벨라루스를 떠나 모스크바주재 벨라루스 대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등 '대선 후 대대적인 탄압'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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