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시대의 러시아 화장품 수출은 - 해외직구족 유치가 관건?
신종 코로나 시대의 러시아 화장품 수출은 - 해외직구족 유치가 관건?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8.11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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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00유로 이하의 해외직구는 면세, 관세와 부가세(20%) 면제
프리미엄 유럽, 대중적 현지 브랜드서 낀 신세 - 효율적 홍보전략 필요

러시아의 매력적인 화장품 시장에 대한 정보는 널려 있다. 코트라와 무역협회, 화장품 관련 단체에서도 쉬지 않고 러시아CIS 화장품 시장 자료를 내놓는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 두루뭉실한 총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러시아 시장 진출을 겨냥한 수출 초보 기업에 '살과 피'가 되는 정보는 없을까?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K-뷰티(한국 화장품)의 러시아권 수출은 지난 몇달간 주춤해진 듯하다. 러시아 관세청의 월별 화장품 수입 동향을 보면, 지난 1월 한국화장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3월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세울 때가 다가온 것이다.

코트라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이 최근 해외시장 뉴스에 올린 현지 전문가(정 데니스 Heat Life 영업이사) 기고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 화장품 수입은 2016년 2천720만 달러에서 2019년 1억3천734만 달러로 급증했다. 프랑스에 이은 2위 화장품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수입 지역은 모스크바가 70%, 극동연해주와 사할린이 각각 10%, 5%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대형 유통사가 모스크바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통사는 한국과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 모스크바에서 내륙 운송을 통해 수입 물량을 각 지역으로 배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별 화장품 수입 통계. 맨위가 프랑스, 2번째가 한국이다./관세청 통계사이트 캡처

또 수입 평균단가는 프랑스 화장품에 비해 톤당 약 2배 정도 낮다. 한국 화장품의 톤당 수입 단가는 2017년 1만8,140달러에서 지난해 1만4,490 달러까지 20%이상 떨어졌다. 주로 중저가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러시아 화장품 시장 진출 전략’ 보고서가 지난 4월 "한국 화장품은 러시아에서 품질이 좋으면서 유럽 제품보다 저렴한 제품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분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 진출 전략 5가지' 가운데 '프리미엄 아닌 가성비로 어필하라'를 3번째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유럽 및 현지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 러시아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구입 의향은 0.87점으로 유럽브랜드(1.87점)에 비해 무려 1점이나 낮았다"고 그 이유를 지적했다. 프리미엄 급은 유럽산, 대중적인 제품은 이제 현지 브랜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현지 브랜드 나투라시베리카/홈피 캡처

실제로 러시아 현지 브랜드 제품의 품질도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평가했다. 이 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2020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3호에 따르면 러시아 업체들도 프랑스 기업들과 같은 생산 장비들을 도입,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고, 나투라시베리카(Natura Siberica), 미앤코(Mi&Ko), 레브라나(Levrana) 등은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천연·유기농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화장품은 이제 러시아 시장에서 고가의 유럽산 유명 브랜드, 싼값의 현지및 중국 브랜드 사이에 끼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이론적으로 탈출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품질은 더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것. 무엇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정 데니스 이사는 기고문에서 "우리 회사도 한국의 납품 업체를 선정할 때,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도 많이 고려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러시아어 라벨 부착을 한국과 러시아 중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진다"며 아주 세세한 면까지 꼼꼼하게 챙길 것을 당부했다.

그가 제시한 또다른 대안은 '온라인 집중 전략'이다. 러시아의 화장품 유통 채널은 크게 ‘H&B 전문점’과 ‘전자상거래’ 등이 있다. 레뚜알, 매그닛 등 유명 H&B 전문점들은 폭넓은 고객층과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고객층이 부족한 한국 브랜드가 약점을 극복하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레뚜알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 ‘한국 화장품’ 카테고리를 별도로 마련할 정도다. 

화장품 유통체인 레뚜알/홈피 캡처
(한국식) 10단계 피부관리법 요약 그림/러시아 블로그 캡처 

정 이사는 그것보다 더 직접적인 러시아 소비자와의 소통을 주문했다. 그는 "젊은 K-뷰티 팬들은 직접 한국 사이트로 찾아가 직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러시아어(영어)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직구족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에서는 한때 12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블로그가 '한국식 10단계 피부관리법'을 소개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외직구가 갖는 면세 혜택이다. 러시아는 올해부터 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200유로(약 28만원) 이하로 물품을 구매할 경우, 관세가 면제된다. 정 이사는 "러시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 5~8.2%와 부가세 20%가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졸스/캡처

해외직구족 유치의 관건은 편리한 결제시스템과 저렴하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다. 페이팔(paypal)이나 얀덱스머니(yandex money) 등 전자지갑을 통해 결제하고, 러시아우체국의 배송 시스템과 연계한다면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그는 수원에 있는 화장품 전문 쇼핑몰 '졸스' Jolse(http://jolse.com)를 예를 들면서, '졸스'는 전체 매출액의 20%가량을 러시아 시장에서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토가 매우 넓은 러시아에서는 내륙 운송 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제품의 유통기간도 중요하다. 대부분 화장품 유통 기간은1- 2년 정도이나 러시아 수출 제품은 2~3년으로 유통 기간을 늘릴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 이사는 조언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인기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장 방법, 홍보 마케팅, 가격 정책 등에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면 러시아 시장 진출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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