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백신 도전 - 푸틴 대통령의 딸에게도 임상 시험했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백신 도전 - 푸틴 대통령의 딸에게도 임상 시험했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8.12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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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세계 첫 백신 스푸트니크V 등록 발표 - 임상 3상 생략해 부작용 우려
1,2차 두차례 접종으로 면역 2년간, 중남미 중동 등 20여개국과 제공 협상중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을 향한 러시아의 도전이 시작됐다. 러시아 보건부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서방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1일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 백신의 개발을 선언하고, 원하는 국민들이 대상으로 접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신의 명칭은 스푸트니크V. 지난 1957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이름을 따왔다. 다시 한번 전세계에 '스푸트니크'와 같은 놀라움을 안겨주는 백신이라는 뜻을 담았다.

이게 세계 첫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사진출처:러시아 보건부 

 

신종 코로나 백신이 세계 처음으로 러시아서 등록/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백신이 등록됐다"며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고, 지속적인 면역 기능등 백신 효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이다. '인간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백터 성분 2가지를 이미 검증된 백신 개발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 개발 시간이 단축됐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특히 백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 산하 부르덴코 군병원의 임상시험 장면(위), 임상시험을 끝내고 퇴원하는 군인들/사진출처:러 국방부 제공 동영상 캡처

백신 임상시험은 지난 6월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과대학과 국방부 산하 부르덴코 군병원에서 각각 38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상 2상에 대한 정확한 발표는 없었으나, 고위 관료와 재계 인사 등 일부 기득권 계층에 대한 '특혜성 백신접종'이 이뤄졌다는 보도는 나온 바 있다.  

러시아 보건부는 백신 등록후 시작될 임상 3상에는 국내에서 2천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사인 RDIF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CEO)는 "임상 3상에는 국내에서 뿐만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도 수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에 나온 보도와 앞 뒤 맥락을 따져보면, 스스로 자원한 일반인들에 대한 접종이 임상 3상을 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의학계에서는 임상 3상이 끝난 뒤 백신으로 정식 등록하는 것이 관례이나, 러시아측은 등록 후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셈이다. WHO 등 서방측이 러시아의 성급한 백신 도전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다.

화상 국무회의 주재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의 딸 마리야. '푸틴의 딸'이 체육및 스포츠 분야 정부위원회에 합류했다는 언론보도/현지 언론 캡처. 사진은 유튜브 캡처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백신 접종에 직접 참여한 딸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큰딸 마리야(35)와 둘째 딸 카테리나(34)가 있는데, 마리야가 (소아과) 의사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차 접종 후 딸의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으나 이튿날 37도 정도로 내렸으며 2차 접종 이후에도 체온이 조금 올라갔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그의 딸이 임상 1상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없었던 만큼, 임상 2상 혹은 '특혜성 접종'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임상 1상 참가자 중 일부는 퇴원후 현지 언론과 만나 "백신 1차 접종후 나타난 고열 증상을 낮추기 위해 해열제를 복용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은 1, 2차에 걸쳐 진행된다. 러시아 보건부는 "임상시험 결과는 1, 2차 접종으로 면역이 최대 2년까지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며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의료진과 교사 등에게 우선 접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언론은 의료진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르면 이달 말에 시작되고, 시판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종코로나 백신을 생산하는 알리움(위) 산하의 빈노팜 홈페이지/캡처

스푸트니크V'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제약사 빈노팜(Биннофарм, Binnopharm)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RDIF는 빈노팜의 모회사인 알리움 (Алиум, Alium)의 시스테마 (Система) 그룹과 러시아 제약사 알-팜, 전략적 해외 파트너인 글로벌 제약 회사와 공동으로 40억 루블을 투자할 계획이다.

RDIF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권 20개국과 백신 제공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이미 5개국에서 연간 5억회 이상의 백신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러시아 방역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89만7,600여명에 이른다. 이중 70만3,000명 이상이 회복됐고, 1만5,13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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